최종편집 : 2024-05-03 14:56 (금)
[기자수첩]中企중앙회 주먹구구식 운영, 존재 이유 있나?
상태바
[기자수첩]中企중앙회 주먹구구식 운영, 존재 이유 있나?
  • 양길모 기자
  • 승인 2012.12.26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0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엿새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경제 행보를 택했다.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란 박 당선인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케 하고 있다.

특히 경제단체들과의 면담순서가 박 당선인의 의지를 잘 드러낸다. 이날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를 잇달아 방문해 관계자들과 티타임을 가진 뒤 마지막으로 대기업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면담을 가졌다.

즉,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을 우선 배려하고 뒷받침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뜻이다.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을 맞아 경제를 살리는 일이야말로 다음 정부가 해야 될 가장 큰 책무이고 그 중심에 중소기업 살리기가 있다"며 "중소기업이 경제의 조연으로 거듭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집중을 받고 있지만, 중기중앙회의 엇박자 움직임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박 당선인의 일정은 국가원수 안전차원에서 행사 직전 알려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기자들에게는 행사와 관련된 내용을 미리 알려줘 취재 및 보도시간 등을 조율한다.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살리기 행보는 중기중앙회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중기중앙회는 전날 행사 일정을 파악했음에도, 출입기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간담회 시간이 되서야 보도 자료를 배포할 뿐이었다.

그동안의 중기중앙회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국가원수의 일정이라는 특수한 경우였지만, 그 누구보다 중소기업의 입장을 알리고 설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와 반대로 대기업 모임인 전경련에서는 전날 행사와 관련된 내용 및 취재요청사항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며 자신들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휴일인 '크리스마스'도 반납하고 간담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박 당선인의 경제살리기 초점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에 맞춰져 집중을 받지는 못하지만, 전경련은 발 빠른 움직임으로 대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알리기에 분주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일정이 전날 결정돼 급하게 준비됐다"며 "간담회의 내용도 정치권에서 자료 및 내용이 풀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는 전경련보다도 더 분주하게 입장을 알려야 할 중기중앙회가 본령을 망각하고, 자기의 일을 남에게 미뤄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힌 꼴이 됐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약자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대기업에 휘둘리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중기중앙회를 쳐다보곤 했다.

어느 기관보다 약자인 중소기업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한 중기중앙회가 강자인 대기업 모임인 전경련보다도 뒤쳐지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면 존재할 근거는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