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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감원, 그동안은 뭘 했던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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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감원, 그동안은 뭘 했던건지...
  • 정일환 기자
  • 승인 2012.11.15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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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은 정말 엉망으로 관리했었나 보다'

주주들에게 기업의 1년간 경영실적을 명료하게 밝혀주는 재무제표. 이 경영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된 것인지, 아니면 대충 숫자만 꿰맞춰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 여부는 투자자들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특히 대상기업이 금융기관이라면 재무제표가 갖고 있는 의미는 더 엄중하다.

금감원이 올해 회사의 재무제표나 감사보고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감사인(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들을 적발한 결과가 발표됐다.

근데 그 내용이 기가 막히다.

감독당국이 꼼꼼하게 들여다 본 후 잘못됐으니 제대로 하라고 '조치'를 취한 비율이 47.3%나 된단다. 한마디로 눈감고 집어들면 2개중 1개는 엉터리 보고서였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는 보고서 내용이 도저히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엉터리여서 감사인 등록을 취소시키거나 업무를 정지시킨 '중조치'를 받은 곳의 비율도 22%에 달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감사인이 왜 있는지, 감사는 왜 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 수준이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올해 제재건수와 수위가 높아진 것은 감리대상을 분식혐의·분식위험 기업에 집중해 선정하고, 부실감사에 대해 제재기준을 엄정히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잠재 부실감사집단을 잘 집어내고, 이를 엄격한 기준에 맞춰 꼼꼼하게 들여다본 결과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잠깐.

그럼 그동안 금감원은 뭘 했었다는 말인가.
적당히 대상을 잡아서 검사해보고, 검사 기준도 대충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흥흥거리며 금융감독 당국입네 했다는 이야긴가.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와 금감원의 '부실감리'는 실과 바늘처럼 맞물리며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를 키워오지 않았나.

이제라도 제대로 하겠다는데 딴지걸자는 심사는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는 금융감독의 감시망을 믿을만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해도 금융감독 당국으로서 그동안의 무책임, 무능력에 대해서 만큼은 머쓱해 하는 것이 상식이다.

"작심하고 해보니 이렇게 풍성하게 수확했다"고 자랑하기 앞서 "왜 그동안은 이렇게 접근하지 못했지"라는 자책을 먼저하는 감독당국의 성숙하고 책임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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