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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펼쳐진 금감원發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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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펼쳐진 금감원發 '낙하산'
  • 박기주 기자
  • 승인 2012.09.2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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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생명보험협회 부회장에 오수상 전 금융감독원 런던사무소장이 내정됐다.

신임 오 부회장은 금감원에서 손해보험서비스 국장을 역임하는 등 보험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인사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여러 공기업과 협회 등에서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 시기에 또 금감원 출신이 한 분야를 대표하는 협회 부회장직에 낙점됐다는 점은 아무래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부실이 표면화 될 당시, 주범으로 떠오른 건 저축은행의 주요 요직을 꿰차고 있는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였다.

이에 권혁세 금감원장은 "퇴직하는 임직원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는 것을 막겠다"다며 낙하산 인사 근절의 의지를 내비췄다.

한 쪽 물길을 막으면 그 물은 다른 길을 찾아 가는 법.

금감원의 고위공직자들은 민간금융협회로 눈을 돌렸다. 규제가 일반 금융기업보다 약한 은행연합회 등 협회를 자신들의 노후 일자리로 낙점(?)한 것이다.

지난 3월 김영대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전국은행연합회에 부회장으로 선출됐고, 김성화 전 금감원 연구위원도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19일, 생보협회 부회장에 오수상 전 소장이 선임됐다.

"낙하산 근절"을 천명한 금융수장의 의지와 각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가능했던 것은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의심스러운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는 '5년 이내 관련업무 맡은 자는 자격 없음'이라는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민간금융협회는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제까지 검사 대상이던 업권이었더라도 하루 아침에 '공익'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그러서 일까. 이번 생보협회 부회장 선출에는 오 신임 회장 외에도 조기인 전 금감원 감사국장, 서경환 전 대전지원장 등 3명의 금감원 출신이 경합을 벌였다.

금감원 노조 등이 줄곧 낙하산 인사에 대해 비판 했지만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협회가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본질은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홍보하는 업무다.

금융사 경영에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가장 먼저 협회장 퇴출이 입에 오르내리는 건 민간금융협회의 성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더 큰 범주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금감원 인사의 갖은 로비로 감춰왔던 저축은행의 비리가 결국은 터진 것처럼, 금감원 고위인사의 민간금융협회 낙하산 인사는 또 다른 저축은행 사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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