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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회장님, 집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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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회장님, 집에 가고 싶어요"
  • 박지혁 기자
  • 승인 2012.08.07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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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보이' 박태환(23·SK텔레콤)을 비롯한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최근 대한체육회(회장 박용성)가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귀국을 연기해 논란이다.

당초 종목별 일정에 맞춰 출입국 계획을 세웠지만 체육회가 입장을 바꿨다. 목표로 했던 '10-10(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 달성이 유력해지면서 폐회식까지 분위기 한 번 내보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메달을 딴 대다수 선수들은 일정대로 귀국을 원하고 있다. 대회 준비를 위해 가족들과도 사실상 인연을 끊고(?) 지냈던 이들은 가족, 친구들의 품이 그립다.

한 메달리스트는 "선수촌 생활이 지루하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빵에 질렸다"고 하소연했다.

한 지도자도 "처음에는 종목별로 출입국 일정을 잡으라고 하더니 올림픽 분위기가 무르익자 말이 달라졌다. 따라야지 어쩌겠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메달을 딴 선수들이 귀국한 후에 상업적인 앰부시마케팅에 노출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상 자칫 메달 박탈까지 당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며 본단과의 합동 귀국을 종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밖에 "응원은 일종의 품앗이나 다름없다. 다른 종목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자기만 메달을 땄다고 먼저 돌아가는 것은 국내 정서상 맞지 않는 점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좋은 게 좋다'고 다른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런던에 강제로 남게 할 명분으로는 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도의 김재범, 조준호, 송대남은 당장 귀국해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예외 없다. 체육회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체육회는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같은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체육회는 귀국 금지 문제로 논란이 일자 뜬금없이 "오는 9일(한국시간) 메달리스트들이 런던의 세인트폴 성당을 찾아 6·25 참전 용사에 대한 넋을 기리는 자리를 갖는다"고 전했다.

이어 "행사를 마치고 10일 이후부터 연맹과 선수 본인이 자유의사에 따라 귀국할 계획이다"고도 했다. 급조한 행사를 명분으로 선수들을 런던에 잡아두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체육회는 "2004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메달리스트들의 참전 용사 참배 행사가 있었다"며 급조한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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