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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AI, 사천시민 배신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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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AI, 사천시민 배신하지 말라
  • 문병기 기자
  • 승인 2012.07.23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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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를 위해 사천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해 왔는데 어떻게 KAI가 눈 앞의 이익을 좇아 사천을 배신한단 말입니까"

경남 사천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품공장 부지가 사천이 아닌 산청으로 결정되자 사천지역이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사천지역은 지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농수산업이 주류였지만 KAI가 사천에 공장을 건립하면서 ‘사천=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KAI와 사천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사천시민들은 KAI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KAI가 가동에 들어가면서 수 많은 관련 공장들이 들어왔고 사천은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했다.

여기에 2000여 명이 넘는 종사자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고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KAI를 사천의 대표 기업으로, 사천의 자존심으로 생각하며 자랑스러워 했다. 언젠가 KAI가 민항기를 생산하게 되면 미국 보잉사가 자리잡고 있는 시애틀이 부럽지 않게 될 것이라 여기며 가슴 뿌듯해 했다.

그렇기에 KAI를 위한 것이라면 뭐든 이해하고 용서했다. KF-16을 조립해 시범비행을 하고 초음속 훈련기 T-50을 생산해 성능 테스트를 하면서 발생되는 고막이 터질 듯한 소음에도, 그저 지역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참고 넘겼다.

그렇게 사천시민들은 KAI를 사랑했고, KAI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었다.

하지만 KAI는 이런 시민들의 기대를 외면했다. 아니 ‘배신’이란 말이 더 적절한 표현일 지 모른다.

KAI는 지난해 12월 미국 에어버스사의 A320 날개 하부구조물 공급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다보니 부품을 생산할 협력업체와 이들이 입주할 부지가 무엇보다 시급했다.

지난 1월 우선적으로 사천시를 방문했다. 그들은 부지면적 6만6000㎡에 가격은 3.3㎡당 30만원 내외, 대형트레일러 진입이 용이한 부지를 요구했다.

너무나 갑작스런 제안에 사천시는 당황했지만 최선의 방법을 강구키로 하고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KAI는 부지 및 도로 협소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더니 결국 사천과는 거리가 먼 산청군으로 부품단지가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KAI가 왜 사천시의 파격적인 조건들을 무시하고 본사와 공장이 있는 사천을 떠나 지리적 여건이나 교통이 불편한 산청군을 택한 것일까?

거기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산청군은 기 조성된 공단부지를 활용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그런 마당에 KAI가 부품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반갑고 다행스러웠겠는가.

그러다보니 부지 무상제공에다 50억원이 넘는 각종 지원시설까지 약속했으니 KAI로서는 ‘굴러온 복’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하지만 그 이윤을 사회에 환원할 책임 또한 가지고 있다.

부지 무상 제공에다 지원시설까지 해주겠다는 산청군의 제안은 분명 기업의 이윤추구란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책임면에서 냉정히 바라보면 이는 기업의 윤리를 저버린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위해 지금껏 KAI를 키우고 지켜온 12만 사천시민을 배신하는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시민들은 KAI가 민영화 되는 것을 반대해 왔다.

KAI가 민영화를 반대했고 사천을 위해서도 시기상조란 판단때문에 시민들은 대책위까지 구성해 KAI의 입장을 지지하고 강력 투쟁해 왔다.

이렇듯 사천시민들은 KAI를 위해 그 어떤 행동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로 애정을 갖고 있다.

KAI가 대기업으로서 마음 한 구석에 조그마한 양심이 남아 있다면 분명 이번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시인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결정을 번복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눈 앞의 작은 이익에 현혹돼 사천시민들의 진심을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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