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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막말 공무원 감싸는 양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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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막말 공무원 감싸는 양산시
  • 안지율 기자
  • 승인 2012.06.06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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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무원들의 기자에 대한 막말과 협박이 도(度)를 넘어서고 있다.

경남 양산시 일부 공무원이 언론을 대하는 품행제로 추태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양산시의 공직 기강이 무너졌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공무원들의 행태는 대부분 시정 비판 기사와 관련된 것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려 시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특히 비판기사를 쓴 기자에게 해명은 커녕 다짜고짜 협박성 항의를 퍼붓는 상식이하의 행태가 횡행하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8시49분께 경남 양산시의 공보담당계장은 취재를 위해 연락처를 묻는 기자에게 "전화번호도 모르는 '당신'이 잘못"이라며 험한 말을 퍼부었다.

공무원의 이 같은 행동은 지난 1일 뉴시스의 '양산시 언론탄압 피소사건 재수사 착수'라는 기사 내용 중 '양산시와 A 기자는 타협을 모색, 출입 제한을 당한 기자들에게 시청 출입을 다시 허가해 주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1차 협의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실린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11년 양산시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일부 언론사들에 대한 시청 출입 제한과 시 공고·광고료 예산지원 기준안을 마련, 취재를 제한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경남지역 모 언론사 A 기자가 나동연 시장과 공보담당관, 공보담당계장, 출입기자 8명을 상대로 금품 제공 혐의와 토착비리 의혹, 직권 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 공갈 등 혐으로 대검찰청에 지난해 4월 고발(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 양산시와 A 기자는 타협을 모색, 쌍방간 고소(고발)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양산시가 프레스센터 내 부족한 좌석을 마련해 취재편의를 제공하기로 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특히 이들은 퇴출 기자 시청 출입 복귀, 시청 기자명단에 등재 등 구두 협의를 거쳐 합의사항에 취재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부족한 좌석을 배치한다는 문구를 넣어 서명날인까지 했다고 A 기자는 주장했다.

양산시가 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자 지난 5월4일 A기자는 양산시와 나동연 시장을 상대로 지난해 대검찰청에 제기한 고소사건을 재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양산시가 합의사항만 이행했더라면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양산시청이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변명하며 취재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보계장은 기자를 상대로 '당신'이라는 부적절한 용어를 쓰는 등 공무원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행태를 보였다.

당시 이런 표현에 항의하는 뉴시스 기자에게 공보계장은 "당신은 상대방에 대한 높임말이다, 그러면 뭐라고 부를까" 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양산시장은 '언론에 당당하게 맞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지침이 '논리적으로 해명하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막말로 대응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는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해 출입기자 한 명도 공보담당관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십XXX, 개XXX…"라는 옮기기도 낯 뜨거운 폭언을 퍼부은 이 공보담당관은 사무관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같이 윗사람 지시라면 옳고 그름을 떠나 무슨 일이든 순종하는 예스맨들을 공직생활에서 승승장구하게 만드는 잘못된 시스템이 공무원들에게 '삐뚤어진 언론관'을 심어놓은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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