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매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무죄 발언' 행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이어서 그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곽 교육감은 지난 1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꼽사리다'(나꼽살)에 출연해 유죄 판결과 관련 "법을 제대로 해석하면 죄가 될 수 없는, 벌해야 할 이유가 없는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 후보에게 사퇴를 대가로 돈을 약속한 일이 전혀 없었기에 내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책임질 수도 없는 일"이라며 "대법원이 헌법 정신에 맞게 해석할 경우 100% 무죄를 확신한다. (법원이) 법만 제대로 해석하면 된다"고도 말했다.
또 3일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곽 교육감은 "검찰과 일부 언론 보도 때문에 내가 후보매수 행위를 한 줄로 잘못 아는 분이 많다"며 "공소시효로 도망가거나 증거불충분 따위로 보호받고 싶지 않다. 나는 실체적 진실로써 무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언론사와의 인터뷰는 곽 교육감이 먼저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그는 "대법원이 1심과 2심 판결의 문제점을 시정해 주리라 믿는다"며 "사후매수죄 규정의 자구 해석에 머물지 말고 헌법상의 국민의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사후매수죄의 적용 여부를 판단해주길 바란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곽 교육감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곽노현 교육감의 진실'이라는 제하의 11여분짜리 동영상도 올렸다. 이 영상은 '아이들이 달려와 껴안는 최초의 교육감 곽노현의 진실을 지켜주십시오'라는 내용으로 무죄를 호소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박명기(54) 서울교대 교수에게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법원으로부터 각 벌금형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심 및 3심은 전심 판결 선고가 있는 날부터 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270조 규정에 따라 7월17일 이전에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는(사실심) 1·2심과는 달리 '법률심'으로, 이전 재판부에서 적용한 법률에 대해서만 판단한다.
아직 곽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언론 접촉은 어떤 식으로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가해야할 행동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자신의 무죄에 대해 대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속하지만 이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말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대법원 판결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잇따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거나 '법원이 법만 제대로 해석하면 무죄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압박하는 행위이자 재판의 독립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물론 곽 교육감의 이같은 행위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많은 대중들이 듣는 '나꼽살'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거나 강요하는 식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임에는 분명하다.
재판을 앞두고 공공연하게 결론을 강요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성에 도전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가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룰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떳떳하게 서울의 교육을 짊어질 수장이 되지 못함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