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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티베트이야기]사자견 '도키'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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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티베트이야기]사자견 '도키'를 아십니까
  • 국립민속박물관 큐레이터
  • 승인 2012.05.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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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박사의 ‘티베트 이야기’ <5>

2008년 황우석 박사는 세계 최고의 맹견 가운데 하나인 ‘티베탄 마스티프’ 30여 마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사자개라고도 불리는 이 개는 티베트 설산의 영하 20∼영하 30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아니 수천 년 동안 살고 왔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이 개는 중국에선 짱아오(藏獒)로도 불린다. 주로 황색이나 검은색이나 흰색 털을 가지고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이 개는 티베트의 양치기 개로 유명했다고 한다.

이 개는 키 80㎝, 길이 150㎝, 체중 100㎏까지 자라는 것으로 보고된다. 사자 갈기처럼 생긴 털 때문에 ‘사자개’로 더 유명하다. 티베트 사람들은 그냥 ‘도키’(묶어놓은 개 아니 너무 무서워서 묶어 놔야 할 개) 또는 ‘썬거’(사자)라고도 부른다. 티베트 원산의 개이므로 사자개나 사자견이나 짱아오가 아닌 도키(Dokhyi)로 부르는 게 가장 적합한 것이 아닌가 싶다. 13세기 중국을 방문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서장인이 데리고 있는 개로 당나귀처럼 크고 사자처럼 우렁찬 소리를 낸다’고 설명한 것이 바로 이 사자개 도키다.

중국과 티베트에서 도키는 승냥이나 늑대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워서 항상 이긴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직접 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크기나 몸무게, 짖는 모습을 보면 짐작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동물원에 데려가면 호랑이나 사자 등을 봐도 기죽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개와는 다른 범상치 않은 뭔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기백도 엿보이는 그런 명실상부한 사자 같은 개임에 틀림이 없다.

도키는 이렇게 야수와의 싸움도 마다치 않는 사나운 성질만 있는 게 아니다. 그랬다면 한낱 들짐승에 불과했을 것이다. 도키는 여느 개 못지않게 주인에 대한 충성심도 매우 강하다. 특히 채록된 전설에 의하면 지진 등의 천재지변에 대한 예지능력까지 보유했다. 단순한 개가 아니라 영물인 셈이다. 그래서 티베트에서는 도키를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런 충성심과 유명세 때문인지 1950년대 중국의 티베트 병합에 따라 멸종의 위기까지 겪게 된 듯하다. 자기가 모시는, 자기를 길러준 티베트인 주인과 목숨을 같이하려고 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근래에는 네팔·인도·미국으로 퍼져 나가 있는 덕에 많은 나라에서 이 개의 번식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 개는 1년에 한 번밖에 발정기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순종은 아직도 멸종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관련 홈페이지 등에서는 소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 전 우리나라 황우석 박사의 도키 복제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매우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키는 천만여 년 전 히말라야의 거대한 고엽견이 진화한 고원 견종이라고 한다. 고엽견이 뭔가 살펴보니, 우리나라 말 사전에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아니 아예 없는 단어였다. 아마도 아주 옛날(古) 사냥개인 엽견(獵犬)이라는 뜻인 듯하다. 참 어려운 낱말이다. 어쨌든 도키는 견공들의 세계에서는 어쩌면 천만 여년 전부터 살아왔던 아니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말 그대로 화석 같은 존재인 셈이다.

그런데 칭짱고원의 설산을 자유롭게 왕래했던 흉포하고 거대한 들짐승이었을 이 도키를 어떻게 길들였을까 궁금해진다. 대체로 도키와 관련된 사이트와 자료들을 검색해 보면, 지금으로부터 B.P 6000년 전인 B.C 4000년 전부터 인간에게 길들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누군지 몰라도 도키를 처음으로 길들인 사람은 대단하다고 극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어미 잃은 어린 강아지를 우연히 발견한 사냥꾼이나 양치기가 정성을 쏟아 기르고 훈련한 게 시초가 아닌가 싶다.

도키에 대한 칭찬은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 3미 5덕으로 집약된다고 정리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한 개임에는 틀림이 없다. ‘3미’는 엄동설한에도 잘 견디고 철도 부술 수 있는 그런 체격을 가지고 있으며, 야수 떼들을 놀랠 위풍이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는 의미다. ‘5덕’은 말·소·양들을 잘 방목할 수 있고 주인의 뜻을 잘 이해하며, 길흉화복까지 알 수 있다. 만리나 되는 설산을 넘을 수 있고 불상들을 위한 의자도 될 수 있다. 이러한 덕스러운 존재이기에 유목민들은 이 충실한 동반자 도키를 ‘천견(天犬)’ 즉 하늘 개라고까지 높여 불렀다고 한다.

도키는 중국에 내려와서 그 이름이 짱아오로 변한다. 대대로 중국 부자들의 애견으로 사랑받아왔다. 순종은 최근에 최고 28억 원에까지 거래됐다. 이렇게 강아지라도 최소한 수천만 원 이상 호가하는 도키의 희귀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단 하루 출연료로 최소 100만원이나 챙기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입으로도 견왕(犬王) 즉 ‘견공(犬公)들 가운데 왕’이라고 할 수 있다. 희귀하고 비싸다 보니 사자개 순종은 중국에서 국가 2급 보호동물로 지정됐다. 중국 국외로의 반출과 거래는 엄격히 금지된다.

198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라마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임시정부의 국기는 설산사자기(雪山獅子旗: Snow Lion Dog)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깃발에 그려진 사자를 보면 초원의 왕인 아프리카 사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마도 사자개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중국에 사당이나 궁궐 앞 등에 자리 잡고 있는 수많은 사자는 사자견인 도키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 1900년대 전반에 유통된 티베트의 3스랑 은화에 보이는 사자도 이 사자견이라 여겨진다.

SBS TV에서 방송되는 인기방송프로그램인 ‘개그투나잇’의 한 코너에는 차우차우가 등장하고 있다. 정세엽이 ‘하오&차오’ 코너에서 역할을 한 차오가 바로 차우차우다. 차우차우는 얼굴이 새끼 곰처럼 귀엽고 털은 수사자의 빛나는 황금색을 닮았다. 다 크면 20㎏을 훌쩍 넘는 중형견이 된다. 차우차우는 시베리아 썰매 견(sled dog)인 사모예드(Samoyed)와 티베탄 마스티프(Tibetan Mastiff), 즉 도키와 교배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 역시 도키와 같이 일명 ‘사자개’라고도 불리며 중국명칭은 ‘송스(松狮)’다. 비단 이 개뿐만 아니라 도키는 많은 대형견과 중형견의 원조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 1992년 3월 7일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된 ‘경산의 삽살개’도 이 사자견에서 갈라진 게 아닌가 싶다.

    티베트 라싸 조캉사원을 지키고 있는 사자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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