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강요는 반인도적 불법행위…배상책임 있어"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됐던 피해자의 유족에게 일본 철강회사가 1억원을 배상하라고 법원이 또다시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전서영 판사는 강제징용됐던 김모씨의 유족 3명이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 주식회사)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씨의 아내와 자녀 2명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전 판사는 "일본 정부는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불법적인 침략전쟁 과정에서 일본의 제철소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했고, 구 일본제철은 이에 적극 협조했다"며 "이들은 강제적인 수단과 협박을 사용해 김씨를 일본으로 강제 연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어린 나이에 가족과 이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위험한 노동을 하며 임금도 지급받지 못했고 감시로 탈출도 불가능했다"며 "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강요는 당시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로 이로 인해 김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이 소멸됐다거나 불법행위일로부터 20년 이상이 경과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신일철주금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판사는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볼 수 없으며 청구권협정에 그같은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청구권협정 체결부터 현재까지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침해행위의 불법성과 고의성, 노동 강도, 근로환경과 자유 억압의 정도 등 피해 정도와 귀국 후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김씨는 18살이었던 1943년 3월 전북 김제 역전에서 강제로 동원에 차출돼 가족들과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일본으로 끌려 갔다.
김씨는 일본에서 한달간 군사훈련을 받은 뒤 제철소에서 강제 노동을 하게 됐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감시를 받으며 일했고 월급을 모두 저축해 귀국할 때 돌려준다는 말만 들었을 뿐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
만 20세가 되던 1944년에 김씨는 일본군대에서 군사훈련을 받았고, 이듬해 9월 광복이 된 후 1946년 5월 귀국했다.
김씨는 2012년 사망했다. 이후 김씨의 아내와 자녀 등 3명은 "신일철주금은 구 일본제철과 동일한 회사로 채무를 승계한다"며 "강제로 끌려가 노동을 강요받은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지난해 5월 1억원을 청구하는 이 소송을 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에도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인 곽모씨 등 7명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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