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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몰래카메라…담뱃갑 몰카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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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몰래카메라…담뱃갑 몰카까지 등장
  • 장민성 기자
  • 승인 2015.08.28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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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부터 실물형 몰카 등 다양…관련 매장, 인터넷 등서 '합법 판매' 버젓
▲ 수도권과 강원도 소재 워터파크 3곳 등 여자샤워장 내부를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 모씨(26)가 26일 오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수사팀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른바 '워터파크 몰카(몰래카메라)'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전자상가는 한산했다. 휴대전화 대리점이나 게임 소프트웨어 매장 등에만 손님이 있을 뿐 다른 점포에는 대부분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몰카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본 다음에 매장에 나와 가격을 비교하죠.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갑니다. 어차피 저희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니까 굳이 매장에서 사가지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어요."

카메라 전문 매장이나 소형가전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은 TV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뜨문뜨문 지나는 손님에게도 별다른 말을 걸지 않았다. 직원들은 "어차피 올 사람은 말을 걸지 않아도 먼저 온다"고 했다.

상가 곳곳에서 '초소형 몰래카메라', '초소형 녹음기', '위치추적기', '소형 캠코더'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일부 매장은 '초고화질', '야간촬영 가능' 등의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다른 가전매장 직원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양이 더 많다"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매하는 '얼리 어답터'도 많다"고 말했다.한 초소형 카메라 판매점 직원은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며 "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문의를 하거나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작고 성능이 좋은 몰카가 많이 나온다. 판매하는 우리가 봐도 감탄할 정도"라며 여러 제품을 내보였다.라', '초소형 녹음기', '위치추적기', '소형 캠코더'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일부 매장은 '초고화질', '야간촬영 가능' 등의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인터넷 판매 '우후죽순'…'합법적 제품' 강조하며 열띤 홍보

이들의 말처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초소형카메라', '스파이캠', '미니카메라' 등을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판매업체들의 인터넷 주소와 함께 인기상품을 가격별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 2010년 1134건이었던 '몰카' 범죄가 2014년 6623건으로 5배 가량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 중인 제품은 탁상시계, TV리모콘, 자동차 스마트키 등 부터 손목시계, 모자, 안경, 넥타이핀, 단추, 만년필, 키홀더 등에 장착된 초소형 카메라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실제 담뱃갑을 사용한 제품과 일회용 라이터로 위장한 제품이 인기라고 한다. 가격은 제품별로 5만원~60만원 정도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국립전파연구원의 인증심사를 거쳐 판매가 허용된 합법적인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업체들은 '노출될 걱정 없이 언제·어디서나 간편하게 고화질 영상 및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며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에 매장을 두고 있는 한 인터넷 판매업체 직원은 "대부분 제품들이 풀HD 화질을 자랑한다"며 "이들 제품은 인증을 받은 합법적인 영상장비로 전혀 문제될게 없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최근에는 탐지기에 걸리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손님들이 많다"며 "초소형 몰카의 경우 주파수로 잡아낼 수 없기 때문에 탐지기를 이용해도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만이나 중국 제품들이 많이 나왔고 이런 제품들은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국산 제품이 많아졌고 업체끼리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성능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5년새 6배 가까이 폭증…"범죄는 독해지는데 규제나 처벌은 제자리"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양한 초소형 몰래카메라가 온·오프라인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상황에서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안경, 단추, 넥타이핀, 담뱃갑 등 갈수록 진화를 거듭하면서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규제나 처벌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134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지난해 6623건으로 5년 만에 6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18건씩 몰카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 워터파크 몰카 영상 촬영 지시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강모씨(33)가 27일 오후 전남 장성에서 검거되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도별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2010년 1134건, 2011년 1523건, 2012년 2400건, 2013년 4823건, 2014년 6623건으로 몰카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다. 검거 건수 역시 2010년 1039건, 2011년 1332건, 2012년 2042건, 2013년 4380건, 2014년 6361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초소형, 고성능 몰래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을 하다 보니 걸리지 않겠다는 확신이 드는 것"이라며 "과거의 단순한 '훔쳐 보기'와는 범죄 양상이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몰카 사진이나 영상 등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몰카 범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며 "촬영당하는 사람들이 실제 본인이 찍혔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몰카 건수는 발생·검거 건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나 처벌을 강화하는게 선행되어야 한다"며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공장소에 탐지기를 설치하거나 CCTV를 늘리는 등 감시 수준을 높여 범죄의 억지력을 확보해야 하며, 음란사이트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 수요를 줄이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 촬영에 그치지 않고 영리 목적으로 그 촬영물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유포하는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몰카 범죄의 경우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신체적 위해를 가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성범죄보다 가볍게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며 "촬영물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지 여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고 처벌 역시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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