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불교계가 동화사에 금괴가 매장됐다는 탈북자 주장과 관련,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매장여부와 별개로 논란이 계속되며 불교계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로 소속된 말사만 140개가 넘는 등 수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한 수행도량에다 포교와 복지, 교육에 힘쓰는 대구불교계의 장자격인 대표사찰이다.
지난 5일 2008년 탈북한 A(40)씨가 동화사 대웅전 뒤편 땅에 6.25전쟁 때 현재 시가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수십㎏의 금괴가 묻혀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 탈북자는 남한 출신인 80대인 양아버지가 사찰 인근에서 재산을 처분해 금으로 바꿔 묻은 뒤 월북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탈북뒤 다른 탈북자 몇 명과 함께 그때부터 발굴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변호사를 선임하고 동화사 동의를 얻어 묻혀 있는 곳을 금속탐지기로 조사했다. 조사결과 땅속에 어떤 금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동화사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발굴은 하지 못했다.
사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는 땅 소유주일 뿐인데 우리가 묻은 것도 아니고 파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런 권한은 문화재청 소관인데 관심이 우리에게 쏟아져 황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용이 공개되며 전국에 사건이 일파만파 되자 협의를 통해 결국 동화사가 최근 발굴관련 동의서를 써줘 13일 탈북자가 현상변경허가 신청서를 관할 동구청에 전달했다.
현상변경 허가는 발굴 등 문화재 상태를 변경할 경우 문화재청에 허가를 받는 것이다. 서류는 대구시청 담당부서에 통보된 뒤 문화재청으로 전달된다.
문화재위원회의 논의 등을 통해 허가가 결정된다. 정기회의가 매달 셋째주 목요일 열려 이르면 19일 발굴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대구불교계의 걱정은 발굴여부와 관계없이 생기는 문제다. 발굴이 될 경우 금괴가 실존한다면 소유권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이미 사이버공간에서는 이와 관련 갑을논박이 진행된 바 있다.
또 발굴에서 금괴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그런 주장을 한 탈북자가 결과를 순순히 인정할 지도 의문이다. 여태껏 여러번 말을 바꾼 전례를 볼때 이곳이 아닌 저곳이라는 말바꿈의 경우의 변수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이 발굴허락을 하지 않을 경우도 소위 각종 여론이 소유자인 동화사를 비롯한 불교계로 집중될 점도 부담이다.
발굴 중 금괴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문화재 피해가 있을 경우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값을 매기기 힘든 귀중한 문화자산이 훼손된다면 불교계 뿐 아니라 국가적 손실은 말할 나위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소문을 믿고 이를 노리는 이들의 각종 무분별한 불법적 행위 등으로 인한 문화재훼손과 피해 등도 고민이다. 산속사찰로 24시간 제대로 된 경비가 어렵다는 점과 무한정 인력과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이와 별도로 문화재청도 구체적이고 객관적이 증빙자료없이 발굴하는 선례를 만들수 있다는 점에서 단시간에 바로 발굴 승인을 하지 않으리라는 예측도 나와 사찰측의 고민은 더욱 깊다.
실제 탈북자는 처음 철모에 담을 정도였다고 했지만 최근 40㎏라고 양을 구체화했다. 또 금괴때문에 탈북했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아니라고 언론에 말하는 등 주장을 계속 바꾸며 신빙성에 의문을 들게했다.
특히 탈북자들이 탐지기를 가지고 조사한 것도 사실이지만 부실한 탐지기 탓인지 곳곳에서 금속 반응이 나와 금이라고 단정못하는 점도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 수십년동안 대웅전 근처에서 확인된 크고 작은 공사만 수십여 차례 했는데도 금괴가 발견된 적이 없고 근처 모습도 많이 달라져 설혹 매장됐더라도 발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불교계인사 대부분의 전언이다.
대구불교계는 이 과정에서 동구청과 대구시의 어쩡쩡한 대응 자세도 문제삼는다. 조계종스님들의 선수행을 위한 기본선원까지 있는 동화사의 분위기가 어수선함으로 수행분위기 해침도 걱정한다.
A스님은 "득 보는 것 하나도 없는 괴소문으로 피해는 사찰과 불교계가 고스란히 입고 있는데 정작 일선에서 문화재 보호에 나서야 할 공무원들의 태도는 방관자처럼 뒷짐만 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가장 문제는 언론이다. 검증안 된 언론플레이성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이슈화시켰다. 관람객이 늘었다는 데 확인해 본거냐. 변동없다. 소설 쓴 거다. 언론기관의 책임있는 의식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불교계 인사 B씨는 "해당관청은 공문을 문화재청에 전달만 할 수 있고 관할 경찰에 순찰 강화 등을 요청했다지만 말뿐이다. 실제 사찰 자체의 인력과 재정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최근 대구시장 등 지자체장들이 특정종교를 편애하는 듯한 대구불교를 홀대하는 경향이 자주 보였는데 공무원들마져 동조하는것 아니냐"는 종교편향 의혹까지 제기했다.
불교신자 C씨는 "탈북자 주장대로라면 아무런 객관적 증거없이 청와대나 전국 유명성당과 교회, 문화재에 금덩어리 묻어놓았다고 주장해도 발굴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탈북자들은 금괴를 찾으려 몰래 땅도 파헤쳤고 탈북 후 북한으로 여러번 오갔다고까지 주장하는 등 계속 생떼를 쓰고 있다는데 관계기관들은 탈북자 관리를 제대로 하는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사찰 관계자는 "동화사가 동아시아 10대 관광명소로 지정되고 최근 진제대종사가 종정까지 추대됐다는 자랑스런 내용은 없고 명찰 동화사가 오로지 금괴사찰 이미지로만 남게 된 세태가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