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값 폭락이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소고기 값, 특히 한우고기 값은 여전히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한우가 ×값이 됐다고 해도 그 동안 하도 속아온 소비자들 사이에는 한우고기를 판매한다는 식당들에 대한 막연한 불신도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원가든’을 운영하는 외식전문기업 SG다인힐이 서울 CGV청담점(옛 시티극장) 건너 편 논현동 96-14 유래빌딩 2층에 ‘투뿔등심(02-517-3794)’을 오픈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모회사의 35년 노하우를 전수받았다는 것에도 호감이 갔지만, 그보다 브랜드가 주는 높은 신뢰도가 갓 오픈한 이 집을 향해 바로 방향을 잡게 했다.
개업 1주도 안 됐는데도 테이블으로만 이뤄진 78석 규모의 실내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아무리 논현동 신 먹자거리에 위치했다고 해도 정말 빠른 성과였다.
메뉴는 단출하다. 메인 메뉴는 ‘투뿔 숙성 등심’ ‘생등심 불고기’ ‘한우 육회’ 등 3가지뿐이다. 그 중 대표 메뉴인 투뿔 숙성등심은 3주가량 숙성한 1++(투플러스)급 한우 채끝 등심을 사용한다. 흔히 한우 A급과 1등급을 두고 A급을 더 높은 등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소고기의 경우 육질을 1++, 1+, 1, 2, 3 순, 육량을 A, B, C 순으로 매긴다. 즉, 소비자에게는 1, 2, 3등급이 중요하지 A, B, C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1++는 가장 좋은 한우 등심을 쓴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고기여도 가격이 비싸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심스럽게 가격표를 봤다. 1인분(150g)에 2만9000원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역시 삼원가든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하는 바잉파워가 크게 작용했다. 거기에 파무침, 백김치, 도라지 무침, 톳무침, 고추, 깻잎, 상추 약간씩으로 밑반찬을 간소화해 부대 비용을 절감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 어차피 1++급 한우등심에 집중하면 되는 만큼 특정 지역산 한우를 고집하지 않고 공급 지역을 다변화해 직송하는 것도 좀 더 저렴하게 고기를 들여올 수 있던 이유다. 박리다매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흥미로운 것은 ‘생등심’을 앞세우는 강남 일대 한우 고깃집들과 달리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되는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는 숙성등심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좀 더 깊이 있는 미각과 부드러운 육질을 선보이기 위해서란다. 게다가 채끝이 가진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아 만족도가 높다.
투뿔 숙성등심을 시켜봤다. 큼직하고 두툼한 등심이 나온다. 채끝답게 바알간 살코기 위에 전체적으로 하얀 눈꽃 같은 마블링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이 보고 있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화력 좋은 참숯 위 불판에 고기를 올렸다. 고기가 곧 구워지고, 촉촉함이 사라지기 전에 한 점을 집어 들어 맛을 봤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흘러나오는 육즙.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씹히는 맛은 다른 말은 전혀 필요 없었다. ‘정말 맛있다.’
이번에는 ‘한우 육회’(130g 2만원)다. 보기에도 소담스러워 선뜻 집어먹기 주저될 정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고기와 계란, 배 등을 잘 섞어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어봤다. 아, 그야말로 살살 녹았다.
끝으로 ‘생등심 불고기’(150g 2만5000원) 차례다. 한우 생등심으로 만드는 이 불고기는 양념에 푹 담가놓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양념을 뿌려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양념 맛은 강하지 않고 고기의 깊은 맛을 즐기도록 추임새만 넣어줄 뿐이었다. 불고기를 먹을 때 냉면 사리(2000원)를 올릴 수 있다. 감칠맛 나는 불고기 국물을 흡수하면서 잘 익은 뒤 먹으면 맛깔스럽기 그지없다.
저녁식사 메뉴로는 강원도와 전라도에서 들여온 3가지 된장을 섞고 한우고기를 넣어 끓인 ‘한우된장찌개’(6000원), 국물 맛이 일품인 ‘누룽지’(2000원)와 ‘한우 차돌볶음밥’(2인 1만8000원), ‘백김치말이국수’(5000원)가 준비된다. 단, 백김치말이국수에는 다진양념을 넣어준다. 아무 생각 없이 풀어서 먹다간 너무 톡 쏠 정도로 매워서 김치말이국수의 별미인 시원한 국물을 즐기기 힘들다. 매운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양념을 빼달라고 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점심 메뉴로는 한우갈비, 양지, 차돌, 곱창 등을 넣어 끓여내 그윽한 풍미를 자랑하는 ‘갈비양곰탕’(백탕 1만원·홍탕 1만1000원), 밥도둑이 따로 없는 ‘육회비빔밥’(1만원) 등이 마련된다.
이 집에 오면 눈에 띄는 것은 소주·맥주 냉장고다. 소주는 영하 3도, 맥주는 0도로 맞춰 최적의 술맛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대신 와인셀러가 없다. 와인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손님이 와인을 외부에서 가져와도 코키지 차지 없이 마실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개당 10만원대인 리델 블랙타이 등 고급 와인잔까지 내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호응이 높다.
1월 말까지 오픈 기념으로 홈페이지(www.dinehill.co.kr)에서 쿠폰을 다운로드 받아 가져오면 20% 할인해준다. 설 연휴에 정상 영업하니 가족들과 함께 오면 더욱 저렴하게 외식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주차는 발렛파킹(2000원)을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