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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그물만' 피해 어민들 "우리도 돌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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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그물만' 피해 어민들 "우리도 돌봐달라"
  • 류형근 변해정 기자
  • 승인 2014.05.16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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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후 남모를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고 해역의 어민들이다.

생업까지 접고 실종자 수색을 돕고 있지만 누적되는 피해에 망연자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 지원이 뒷전으로 밀리다보니 파산 직전에 내몰린 경우도 허다하다.

세월호 침몰사고 31일째인 16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 선착장에서 만난 꽃게잡이 배 선장 김문홍(47)씨는 이날 이른 새벽 조업을 나갔지만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통발 수백개를 어선에 가득싣고 출항을 했지만 바다에 내려보지도 못했다.

김씨는 하루 조업을 나가면 100kg 정도 잡는다. 배 1척당 연 매출로 따지면 3억8000여만원 된다. 하지만 올해는 10분의 1인 3000만원도 벌기 힘든 처지에 놓였다.

김씨는 "한 달째 이어지는 구조 작업에 꽃게가 사라졌다. 봄 꽃게가 가장 좋아 비싸게 팔리는데…대출금 갚기도 버거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조업할 수 있는 기간도 한 달 남짓 남았을 뿐이다. 오는 6월21일부터 두 달동안 금어기다.



김씨는 "금어기에 조업을 허가해줘도 여름 꽃게는 상품 가치가 떨어져서 실효성이 없다"면서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해 참아보는 중이지만, 정부의 태도에 화만 난다. 매일 사고 해역 주변에서 조명탄·낙하산 등 유류품을 수거해주고 있지만, 기름값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아귀·갑오징어 잡이를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출항 준비 중이던 김춘택 선장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늘은 낫겠지"하고 바다로 나섰다가 빈 손으로 돌아온 지 한 달째다.

김 선장은 "어두운 바다 밑 수색 위해 어군탐지기와 조명탄을 사용한 탓에 고기가 전혀 잡히질 않는다. 여기에 기름까지 퍼지고 있으니…"라면서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어업생활 30년동안 딸린 식구(선원) 6명에 돈을 못 줄 지경인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김 선장 역시 진도 어민에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헛구호' 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정부가 구조 작업하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정작 어민들에게 준 혜택은 전혀 없다"면서 "재해구역 선포는 말 뿐이다. 실제 피해규모 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증언했다.


39t급 운반선 선장인 전철호(59)씨는 "해경(해양경찰청)과 해군이 구조한답시고 어구를 마구 짤라놓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중에 (정부가) 나몰라라 할까 두렵다"면서 "금융 빚을 갚지 못해 허덕이는 어민들이 어림잡아도 수십 명은 될 듯하다. 고기 낚을 수 있는 날짜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구조 수색에 참여한 어선의 유류비 ▲구조 수색에 따른 현지 주민의 직접적 생계 피해 ▲유류오염에 따른 양식장 피해보상 등을 약속한 상태다.

그동안 지출된 비용과 손실을 중간에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되, 전남도가 해수부에서 예산이 집행되기 전 지방비를 활용해 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선원이라고만 밝힌 이모(46)씨는 "지근거리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숨죽여 지켜보면서 실종자 구조 작업을 도왔지만 정작 약속한 재정 지원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유실물 수색과 방제작업 등에 동원된 어민들에게 유류비와 임금 등을 지원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절차)가 진행중이다. 조만간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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