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효과 있을 때 공급대책 나와야 시장 안정”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정부 규제에 더해 금리를 인상하고 타행에서의 갈아타기(대환)나 비대면 대출 취급 등을 추가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타행에서 넘어오는 대면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대환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면 전세자금대출 타행 대환 취급도 일시적으로 제한 중이다.
하나은행도 현재 비대면 주담대 취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달 중 재개할 예정이다. 비대면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신청 가능하다.
신한은행도 비대면 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는다. 오는 16일 재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 법인별 1개월 단위로 대출 취급 한도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 은행들은 타행 대환 주담대를 생활안정자금으로 분류해 한도 1억원으로 제한하고, 금리를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을 막고 있다. 이달 초 우리은행은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기존 연 3.51~4.71%에서 3.57~4.77%로 0.06%포인트(p) 올렸다. 신한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3.54~4.95%에서 3.62~5.03%로 0.08%p 높였다. 하나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대환 금리를 4.23%에서 4.33%로, 혼합형 주담대 대환 금리를 3.73%에서 3.83%로 각각 0.1%p 인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6조2000억원 늘어난 116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9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923조1000억원으로 5조1000억원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뛰고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정부가 6·27 대책을 내놓자 주택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6·27 대책은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주담대 대출 후 6개월 내 전입신고 등을 적용한다.
한국부동산원 7월 첫째 주(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전주 0.40%에서 0.29%로 축소됐다. 대출 규제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원천 봉쇄되면서 갈아타기 수요가 많았던 한강벨트의 상승세가 꺾인 모습이다. 최근 오름세를 주도한 마포구(0.85→0.60%), 성동구(0.89→0.70%), 강동구(0.62→0.29%) 등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전 집을 사자는 조바심과 불안감이 극에 달하며 ‘패닉 바잉’이 나타난 것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6·27 대책 시행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규제 효과가 있을 때 확실한 공급 대책이 나와야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