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1인당 약품비 증가속도가 OECD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4곳중 1곳은 고가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집계, 동일성분으로 생산한 의약품이어도 저가약보다는 비싼약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였다.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센터장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0~2009년 일인당 약품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9.8%, 2009~2011년은 5.2%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았다. 같은 기간 OECD 평균 증가율(3.5%, -0.9%)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건강보험 약품비 증가율은 2002~2011년 연평균 12.2%로 총진료비 증가율(연평균 10.3%)을 상회하며, 2005년 이후 건강보험 총진료비 중 매년 29% 이상을 차지했다.
약품비 지출 규모가 는 이유는 처방 건당 품목수와 고가약 처방, 오남용 등과 연관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 건당 의약품 품목수는 2002년 이후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2012년 3.88개로 외국에 비해 여전히 많았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은 1.97개, 일본 3.00개, 독일 1.98개, 호주 2.16개 등으로 집계됐다.
처방 한 건당 6개 품목 이상을 처방한 비율도 12.37%에 이르렀다.
의료기관의 고가약 처방 비중은 2011년 상반기 21.99%에서 2012년 상반기 25.03%로 상승했다.
2012년부터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동일화하면서 고가약 처방이 더욱 증가한 것으로 연구원은 보고 있다.
제네릭은 신약으로 개발한 약이 특허기간이 만료되어 동일성분으로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는 약을 뜻한다.
2011년 원외처방된 의약품 전체를 보면 오리지널 의약품이 사용량 기준 40.6%, 금액 기준 54.8%를 차지했다. 고가 제네릭은 각각 23.9%, 27.5%를, 저가 제네릭은 17.3%, 13.9%에 그쳤다.
일부 의약품의 오남용도 약품비 지출을 배가시켰다.
2010년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27.9DDD/1000명/일)은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고 소화기계질환이 아닌 환자에게 소화기관용약을 처방한 비율은 45.06%에 달해 습관적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박실비아 센터장은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관리와 의약품의 합리적 사용을 위해서는 최초 등재 이후 축적된 자료에 근거해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재평가해 계속 급여 여부 및 약가에 대한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에서 약가경쟁을 통해 거래가격이 인하되고 실거래가 파악을 요양기관의 실거래가 보고에 의존하지 않고 정책당국이 실질적으로 조사해 시장가격이 보험약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센터장은 동일한 약효가 기대될 때 저가의약품의 사용이 촉진될 수 있도록 의료공급자 및 소비자 측의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고, 약가통제 중심의 약품비 관리를 넘어 연간 총약품비 지출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보험자와 제약회사, 의료공급자가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