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8-24 16:36 (일)
일터가 사지가 될 수 있는 소방관, 국민은 소방이 소방은 국가가 지켜야
상태바
일터가 사지가 될 수 있는 소방관, 국민은 소방이 소방은 국가가 지켜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8.24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해 구조 활동에 참여한 뒤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참혹한 트라우마(Trauma)에 시달렸던 인천소방본부 송도소방서에서 근무했던 박흥준 소방교가 지난 8월 20일 안타깝게도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월 10일 인천 남동구에서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지 10일 만의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가슴 아픈 비보(悲報)에 슬픔을 가를 겨를도 없이 억장(億丈)이 무너진다. 그래도 실오라기 같은 기적을 바라는 간절함으로 일말의 희망을 안고 박흥준 소방교를 찾으려 애태웠던 가족과 동료들의 피멍이 든 가슴에 하염없는 눈물만 고일 뿐 고인(故人)은 말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20일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현장에 출동한 이후 우울증을 앓고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소방대원이 숨진 채 발견된 데 대해 깊은 애도(哀悼)를 표했다. “상상조차 어려운 고통과 싸우며 이제껏 버텨온 젊은 청년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깊은 슬픔 속에 계신 유가족분들께도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라고 부연하고, 나아가“우리 사회가 함께 아픔을 공유해야 한다.”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소방관 죽음의 원인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시스템을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국가적, 집단적 트라우마를 온전히 마주하고 치유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과 심리 지원체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다.”라며 “오히려 이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치부해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된 채 방치되어 왔다.”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소방관의 사망 소식이 나오자 지난 8월 20일 “이태원 참사현장에 출동하셨던 소방관님이 유명을 달리하셨다.”라며 “안타깝다. 마음이 아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애도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로 인해 지금까지 고통을 겪고 계신 많은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타깝다. 먹먹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애도하고, 김병주 최고위원은 “자식을 둔 한 사람의 아비로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애도했다. 이어 “아직도 다 헤어 나오지 못해 고통 겪는 그 날 그 현장의 구급요원들 그리고 유가족들께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며 “안타깝고 아까워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한편 ‘신문고뉴스’에 의하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왜 살아야 할 사람들이 죽고, 죽어야 할 짐승들이 번듯이 살아서 이토록 사람들을 힘들게 할까?”라며 "짜증 나고 화가 난다.”라는 코멘트를 남기고 “무고한 죽음들을 헛되지 않게 했더라면, 저분도 살릴 수 있지 않았겠나?”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애도했다고 전한다.

고(故) 박흥준 소방교는 2017년 11월 인천소방본부 소속 구급 특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됐다. 2022년 미추홀소방서 근무 당시인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현장에 지원 출동을 나갔다가 극심한 충격을 받은 뒤 마음의 병(우울증)이 생겼다고 한다. 2023년부터는 송도소방서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앞서 박 소방교는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하신 분들을 검은색 구역에서 놓는데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라며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을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들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 ‘이게 진짜가 아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박 소방교는 실종 직전에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실종 직후 박 소방교의 동생은 인스타그램에 “저희 형은 소방대원이었고, 이태원 참사 당시 반장으로 선두에서 지휘하다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다.”라고 밝혔다. 박 소방교는 참사 직후 2022년 5번(11월 3번, 12월 2번), 2023년 1번, 2024년 1번. 2025년 1번 등 총 8번에 걸쳐 인천소방본부가 진행하는‘찾아가는 심리상담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고, 병원에서도 4차례(2022년 11월 3번, 12월 1번)나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박 소방교의 사망 소식에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무사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의 간절함을 한 마음처럼 느낀다.”라며 “유명을 달리하신 소방관분의 평안한 영면과 명복을 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비극은 참사현장에서 희생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헌신했던 모든 구조자들이 져야 했던 심리적·정서적 트라우마를 방치하고 치유와 회복을 도외시했던 지난 정부의 책임이 크다.”라고 지적하고, “서둘러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며, “끝나지 않은 참사의 고통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와 반복되는 재난 현장에서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라우마 치료와 정신건강 관리, 인력 확충, 근무 여건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소방공무원 노동자가 고립과 무력감 속에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처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 “참혹한 재난 현장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소방공무원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자 국가적 책임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해 첫째,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보호 의무 및 공상·순직처우(장례 등)를 법으로 명문화하고, 둘째, 전문 심리치유센터 및 협력 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상시 치료와 재활까지 책임지는 통합적 시스템을 구축하며, 셋째, 대형재난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의 PTSD와 우울증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넷째, 재직 중인 소방관뿐 아니라 퇴직자까지 포함하는 국가 책임형 지원체계를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정부는 동료를 잃고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가슴속에 맺히고 맺힌 한(恨)이 서린 절규로 울부짖는 소방공무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어야만 한다. 소방공무원이 국민을 지키듯, 국가는 반드시 소방공무원을 지켜야만 한다.

소방관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화마와 싸워야 한다. 인간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참사현장 수습도 소방관 몫이다. 어제 동료를 잃고도 오늘 당장 목숨을 걸고 불길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신체적 상해보다 심리적 상해가 더 심각한 소방공무원 숙명이자 운명이다. 우리는 젊은 30대 청년 소방관의 죽음을 맞이했다. 국가의 공무 수행 중 입은 심리적 상해로 서서히 죽음에 이르렀다면, 국가와 사회에 의당 상해치사 책임이 있다. 박 소방교는 실종 직전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왜 “미안하다”라는 마지막 4글자를 남겼을까? 박 소방교는 처절하리만큼 아프고 고통에 시달린 몸과 마음으로도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원망하거나 한하지 않고 오직 남을 위해 목숨을 던져 희생하고 초개와 같이 산화하고 봉사하고 배려하는 사명과 소명을 다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를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방정신을 생각하며 국민에게 미안함을 남긴 것일 게 분명하다. 모두가 잠든 추운 겨울밤 사이렌 소리를 응원가 삼아 현장을 달려본 사람은 안다. 산소인 양 검은 연기를 마시고 일주일간 시커먼 가래침을 내뱉어본 사람은 안다. 부러지고 짓이기고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주어 모아본 사람은 안다. 핏방울을 온몸에 적시며 시신을 안고 뛰어본 사람은 안다. 생사를 갈림길에서 일터가 사지(死地)가 될지도 모르고 불길 속을 뛰어들어본 사람은 안다. 소방공무원이 남기는 “미안함”의 진정한 의미를 말이다. 지금 우리는 유명을 달리한 박 소방교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렇다. 정작 미안해야만 할 당사자는 아무래도 국가와 사회이지 싶다. 엄숙한 사회적 부검으로 밝히고 추상같이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방관들은 국민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사선을 넘나드는 생사의 갈림길 최일선에서 그 현장이 소방대원 주검의 자리가 될지도 모르지만, 초개와 같이 몸을 던지는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활약하고 있다. 소방청이 지난해 7월 발간한 ‘2024 소방청 통계연보’의 ‘연도별 소방공무원 순직 공상자 현황’에 의하면 최근 10년(2014~2023)간 40명이나 순직하고 7,927명이나 공상을 당해 무려 7,967명이나 숨지거나 다쳤다. 문제는 이러한 열악함에 우리는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현실은 박 소방교와 같은 소방관 중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경우가 여럿 확인됐다. 지난해 말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게재된 논문 ‘일 지역사회 소방공무원 정신건강상태, 정신건강지식,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정신건강사업 인식조사(김민자·오은정·장경오)’에 의하면 소방공무원 154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 경험을 조사한 결과 ‘수일간 지속된 불면’을 겪은 비율이 19.5%인 30명이나 됐다. ‘생활에 불편함을 줄 정도의 기분 변화’도 18.8%(29명), ‘심각한 스트레스’도 16.9%(26명), ‘수일간 지속한 우울감’도 16.2%(25명), ‘수일간 지속된 불안’도 9.1%(14명) 수준이었다. ‘자살 생각’을 경험한 소방공무원도 무려 5.8%(9명)로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에 앞서 소방청 등이 2023년 소방공무원 5만 2,0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9%에 이르는 2만 3,060명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우울증·수면 문제·문제성 음주 중 하나 이상의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 사건에 노출되는 경험은 1년간 평균 5.9회로, 응답자 중 10명 중 1명(10.7%)은 1년간 15회 이상 외상 사건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정부는 결코 간과하거나 허투루 여길 일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소방청은 이태원 참사, 무안 제주항공 참사 등 대형 참사현장에 투입된 소방관과 구급대원 약 3,353명(이태원 참사 출동 대원 1,316명,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출동 대원 2,037명)에게 추가 심리상담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소방청은 현재 1년에 1회 이상 상담을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대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이태원 참사 출동 소방관이 이날 끝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러한 정기 상담 외 추가적인 심리 지원 조치에 선제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특히 소방청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참사에 출동한 대원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둘러 시행할 사안이다.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 동안 어느 한순간도 가슴밖에 둘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안전이며, 이토록 소중한 가치인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초개와 같이 산화하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우리는 그들을 위대한 국민 영웅으로 부른다. 남을 위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사조(不死鳥)라고 어벤저스(Avengers) 대신 ‘화(火)벤저스’라고도 했다. 우리는 반드시 “살려서 돌아오라” 했고 “살아서 돌아오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 소방교는 불귀(不歸)의 객이 됐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보훈은 희생과 헌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과 의무입니다.”라며 “모두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합니다.”라고 말했고, 2021년 10월 24일(현지 시각)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에 있는 12층짜리 아파트 붕괴 사고로 10월 25일 오전 10시 현재 4명이 사망하고 159명이 실종된 붕괴 현장을 찾은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구조대원들의 희생을 높이 평가하며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약간의 소방관을 더 만들었다”라는 속담을 소개했다. 자신을 내던져 사회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공직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소방공무원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때다. 소방이 국민을 지키듯, 국가는 소방을 지켜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