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면서 경찰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뒤 지금까지 기각된 구속영장은 모두 11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파업을 철회한 후 자진출석한 철도노조 간부들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경찰의 대응에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서부지법은 7일 철도노조 서울본부 국장급 김모(47)씨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서울서부지법 오성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김씨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통해 "기록 및 심문과정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대상은 서울지방본부 조직1국장 김모씨, 조직2국장 김모씨, 서울차량지부장 하모씨, 청량리 기관차 승무지부장 박모씨 등 4명으로, 이들은 파업 기간 중 철도노조 서울본부의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전지법과 부산지법도 각각 구속영장이 신청된 철도간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기각 사유는 이들의 혐의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향후 공판과정에서 다툼이 예상된다는 점과, 파업이 종료돼 분쟁상태가 일단락 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앞서 3일에는 대전지법 천안지원도 철도노조 천안지부 A(47)부지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유에 대해 대전지법 오영표 공보판사는 "현재 파업이 종료돼 분쟁상태가 일단락 된 상황에서 진술을 마친 상태로 재파업 우려가 없고 도주가 예상되지 않는 점"을 들었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은 파업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법정 다툼의 여지가 있는데다가, 파업을 철회한 뒤 자진출석한 간부들에게 구속영장은 지나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법원은 현재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했기 때문에 자진출석한 이들의 도주의 우려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은 일부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한 구속수사 방침을 접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은 철도노조의 파업이 국가에 미친 영향이 큰데다가 당사자들의 가담이 중하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수한 수배자들에 대해 선처해주는 것이 기본이지만 지난번 파업이 경제나 국가전체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해서도 "(파업)가담 정도라든가 주모행위 정도에 따라 검거되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장의 이같은 발언은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방침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국가전체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간부들에 대해 가담정도에 따라 구속영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경찰의 총수가 이처럼 철도노조 주요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후 '과잉 영장'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배된 철도노조 간부들 중 김명환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13명은 아직 검거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