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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 추행한 부친, 유죄 확정…대법 "진술 번복 못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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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 추행한 부친, 유죄 확정…대법 "진술 번복 못믿어"
  • 박경순 기자
  • 승인 2020.05.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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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법정 진술보다 수사기관 진술이 맞아"

친딸의 신체 부위를 수차례 더듬어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가장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며 말을 바꿨지만, 대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14일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살 딸의 신체를 만지는 등 2018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어린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에게 폭행과 폭언을 행사하거나, 딸에게 욕설을 해 학대한 혐의도 있다.

쟁점은 부친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였다. 피해자는 당초 상담기관에 아버지로부터의 성추행 사실을 고백했지만, 재판에서는 '아버지가 미워 허위로 피해 사실을 꾸며냈다',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거짓이다'는 취지로 밝혔다.

1심은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되지만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라고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딸의 초기 성추행 피해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딸이 법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 모친이 'A씨 평소 성향이나 딸과 관계에 비춰 추행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점, 당사자인 A씨가 강력히 혐의를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오히려 번복한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허위사실을 꾸며낼 동기가 없다는 점, 초기 피해사실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 가족들의 압박이 있었다는 정신과 상담의사의 증언, 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A씨는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친족 강제추행 혐의 판단에 있어 "피해자 진술 외에 달리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스스로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허위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으며, 진술 내용이 일관되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친족관계 성범죄 미성년자 피해자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면서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수사기관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 인정 여부와 진술 번복 동기,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해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신중히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진술 번복 동기와 경위 등을 보면, 피해자의 법정 진술은 믿을 수 없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결론냈다.

대법원은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등에 따라 수사기관 진술보다 법정 진술에 무게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친족 성범죄 사건에서는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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