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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 취급에 설움 겪는 경비원들…"나도 아파트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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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 취급에 설움 겪는 경비원들…"나도 아파트 산다"
  • 이교엽 기자
  • 승인 2020.05.14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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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집 가면 경비비 내는 주민"
"아파트 거주, 특권이라고 느끼나"
▲ 고인 떠나고 비어 있는 경비실.
▲ 고인 떠나고 비어 있는 경비실.

서울 한 아파트에서 갑질을 당했다고 호소한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비원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14일 서울 소재 아파트 경비원들은 “동종 업계 종사자로 화가 난다”, “안타깝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비원은) 아파트라는 마을에서 최하 바닥 (계급) 취급을 받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비원으로 8년째 일하고 있다는 박모(67)씨는 “나도 아파트 산다. 집에 가면 나도 경비비 내는 주민이다”며 “아파트 사는 것이 특권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비를 머슴 취급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화가 난다”며 “이것은 사람들의 인격문제다”고 호소했다.

다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69)씨도 “동마다 버릇없게 행동하는 사람이 하나씩 있다”며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참고 견디는 것이다”고 했다.

주차 문제에 대해서도 경비원들은 “중간에 껴 곤란하다”고 했다. 최모 경비원이 B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문제의 배경에도 주차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차를 빼주는 일에서 우리는 사실 중간에 끼인 입장이다”며 “난감한 상황에서 일부 입주민은 ‘너네 뭐하는 거야’라며 욕설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관리비’를 낸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함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아파트 경비원 최모(66)씨도 “(평행주차된) 차를 밀 때마다 이번 일이 생각나서 깜짝깜짝 놀란다”며 “얼마든지 말로 할 수 있는 상황에 주먹을 휘두른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경비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입주민들이 인식 개선을 꼽았다. ‘머슴’이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모(70)씨는 “나도 경비원으로 일하지만 자존심이 있다”며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난 2014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신’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고 이만수씨 사건을 언급했다.

한 경비원은 당시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먹으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은 입주민에 관한 이야기도 자세하게 기억했다.

박(69)씨는 “그런(2014년 11월 이만수씨 분신 사건) 일이 있어도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이번처럼 비극적인 일이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경비원 최모씨는 자신의 자택 건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씨는 A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재직하며 이 아파트 입주민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최씨는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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