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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애플 '자진 시정안' 심사…통신사 갑질에 면죄부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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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애플 '자진 시정안' 심사…통신사 갑질에 면죄부 주나
  • 박경순 기자
  • 승인 2020.05.13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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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13일 전원 회의서 애플 동의의결 심의
애플, 한국 이통사에 광고·수리비 떠넘긴 혐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자진 시정)안을 받아들일지를 13일 결정한다. 애플은 SK텔레콤 등 한국 이동통신사에 광고·수리비 등을 떠넘긴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안을 받아들이면 애플은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마련한 피해자 구제안 등을 이행하면 된다. 그러나 동의의결안이 기각되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도 당할 수 있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원 회의를 연다. 안건은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 관련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에 관한 건'이다.

동의의결이란 법을 위반한 기업이 스스로 소비자·거래 상대방 피해 구제, 원상 회복 등 시정안을 스스로 내놓으면 공정위가 이를 심의,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동의의결안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해당 기업은 공정위의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다.

동의의결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에서는 '법 위반 기업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비자·거래 상대방 피해를 구제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피해자를 우선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에서는 '위법 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제재하지 않는 동의의결제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애플은 지난 2009년 아이폰3GS를 한국에 출시한 뒤 한국 이통사에 텔레비전(TV)·옥외 등 광고비와 매장 내 전시·진열비, 수리비 등을 떠넘겨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애플 워치 등 광고를 제작할 때 이통사에 걷은 돈으로 만든 '광고 기금'을 쓴다. 매장에 전시하는 애플 제품 구매비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무상 수리비 일부도 이통사가 부담한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애플 조사에 나섰다. 2년여의 조사를 거쳐 2018년 "애플의 이런 관행은 불공정 거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심사 보고서(공소장)를 보냈다. 같은 해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전원 회의에서 3차례 심의했다.

당시 애플은 "우리는 협상력이 강하지 않다. 갑이 아니므로 이통사에 갑질할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광고와 관련해서도 "애플은 아이폰의 브랜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통사의 광고 활동에 관여하는 것이다. 광고 기금 조성은 애플과 이통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통사와의 관계에서 애플은 우위에 있다. 이통사의 광고 활동에 애플이 관여하는 행위 역시 '브랜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맞섰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던 와중에 애플은 "광고·수리비 등을 이통사에 떠넘기는 행위를 시정하겠다"며 같은 해 7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애플이 제시한 동의의결안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통사와의 거래 질서를 회복하고 기금 등을 조성해 소비자·거래 상대방을 구제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개월여 뒤 공정위는 전원 회의를 열어 애플의 동의의결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은 내지 못했다. 애플이 내놓은 동의의결안이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공정위는 "애플이 동의의결안 개선안을 제출하면 심의를 속개해 검토한 뒤 이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8개월여가 지난 이날 공정위는 애플이 보완한 동의의결안을 심의한다.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는 동의의결 심의 중단과 속개와 관련된 횟수 제한이 없어 이번 전원 회의에서 애플의 동의의결안이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조사 및 심의 기간이 길어진 만큼, 공정위가 이번에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성욱 위원장 취임 이후 동의의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최근 남양유업의 동의의결안을 받아들인 점을 고려하면 애플의 동의의결안 심사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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