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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부총리도…눈치보는 재난지원금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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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부총리도…눈치보는 재난지원금 기부
  • 박경순 기자
  • 승인 2020.05.1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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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가 정책이 됐다” 볼멘소리 나와
▲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서약 후 기념사진 찍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
▲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서약 후 기념사진 찍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을 시작으로 공직사회는 물론 민간 대기업까지 하향식 '관 주도 기부'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을 민간 차원에서 촉발된 과거 외환위기 시절 '금모으기 운동'과 비교하며 "선의로 하는 기부가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급재난지원금, 저도 기부코자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기부는 소득상위계층을 중심으로 자발적 의사에 입각해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연대와 결속을 높이고 포용의 따뜻함을 나누는 희망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세종시 관가에 따르면 과장급 이상을 중심으로 이같은 '자발적' 기부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전액 기부 의사를 밝혔고 이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기부 서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당에서는 고소득자 등을 중심으로 10~20% 수준에서 기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부하라"는 지침이 명시적으로 없더라도 공직사회 특성상 일정 직위 이상의 직원들은 알아서 움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논란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한다는 당초 정부안이 총선 이후 여당에 의해 전 국민 대상 지급으로 확대되면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적자 국채 3조4000억원이 발행되는 것을 의식한 정치권과 정부가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자발적 기부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기부금은 특별기금을 통해 실직자 등 고용취약계층 지원에 쓰이게 된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은 "애초부터 어차피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갑자기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볼 필요가 없었던 눈치만 보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기관은 물론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공기업 등 유관기관에서도 기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이나 금융권 등 민간부문에도 여파가 미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 독려에 재계도 동참할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부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부 정부부처 관계자는 "임직원이 수천 명인데, 긴급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 동참이라고 발표했다"며 당사자인 일선 직원들은 해당 사실을 알지도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관제기부' 지적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 기관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직원들에게 안내를 통해 기부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다 "기부는 자발적인 참여이고, 일일이 기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물러서기도 했다.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결정에 대한 논쟁도 반복되고 있다.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적인 고소득자 대상 현금 지급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긴급재난지원금의 시급성 등을 감안했을 때 하위 70% 기준선을 선별하는데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었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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