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 재판 주장’ 특검 기피신청이 변수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면서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리겠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부회장은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면서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삼성 준법위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 시민사회 소통 사안 등에 관한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고, 이 부회장이 이에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공모 혐의 파기환송심을 심리 중인 법원의 요청으로 설립된 기구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는 진행 중인 재판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 범죄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효적인 실질적 효과적인 기업 준법 감시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내부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삼성그룹 차원에서 답변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 2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삼아 준법위를 출범하는 등 재판부의 요청에 발빠르게 응답했다.
해당 재판부는 이후 준법위가 실질적이고 독자적으로 운영된다면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밝히고, 삼성 준법위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흐름에서 보면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는 국정농단 재판의 양형심리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으로 해석된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 부회장 측에서도 재판부가 이를 유리한 사정으로 판단해주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커다란 변수가 남아있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해당 재판부의 준법위 평가 등에 반발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상태다.
특검은 “양형 사유로 활용이 불분명한 준법감시위 설치를 먼저 제안한 것은 환송 전 원심이 선고한 집행유예 판결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원은 우선 기피 신청에 대해 지난달 17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특검이 재항고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면 준법위에 대한 전문심리 계획도 무산될 공산이 크다.
기피 신청이 최종 기각되더라도 법원 입장에서는 삼성 준법위 활동을 양형 심리에 반영할지에 대해 고민이 생겨날 수 있다. 준법위를 둘러싼 양형 판단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뇌물 등 혐의 재판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사안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있다고 의심하고 있고,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조만간 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