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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조정 힘받을까]경찰, 새해엔 '수사권 독립' 숙원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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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조정 힘받을까]경찰, 새해엔 '수사권 독립' 숙원 이룰까
  • 배민욱 기자
  • 승인 2013.01.02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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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권 문제는 검찰과 경찰간의 밥그릇싸움이 아니다. 현실에 맞게 경찰의 수사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더이상 검경이 상하관계가 아닌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변해야 한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김기용 경찰청장의 말이다. 계사년(癸巳年) 새해를 맞았다. 경찰은 어느때보다 2013년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새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경찰의 여러 숙원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새해에는 경찰이 수사권조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검찰의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이 경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에 대한 수사지휘권, 구속영장 등 각종 영장에 대한 영장청구권, 피의자를 재판에 회부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소권, 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형을 집행하는 형집행권이 모두 검찰에 집중돼 있다.

경찰이 60년 숙원인 수사권 독립이라는 결실을 얻어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檢-警 수사권다툼 악연…번번이 고개숙인 경찰

경찰의 수사권 독립 논의는 늘 고배의 연속이었다. 검찰의 끊임없는 반격에 결과는 늘 패배로 기록됐다. 수사권 독립 논의의 역사는 정치적 변혁기마다 계속 제기됐다.

출발은 지난 1955년 경찰의 기구독립을 골자로 한 법무부의 경찰법안 제출이 시작이었다. 1962년에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권 독립 주장이 나왔다. 1980년 4월 제5공화국 헌법을 개정할 때 다시 논의됐다. 1998년에는 수사권 독립 논의가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활성화되기도 했다.

현실은 냉정했다. 경찰의 자질과 수사 통제 필요성 등이 제기되며 경찰은 더이상 논의를 확장시킬 수 없었다. 한동안 식어있던 수사권 독립 논의는 노무현 전(前) 대통령 당선과 함께 활발해졌다. 지난 2003년 1월 경찰청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사법경찰의 수사권 독립안을 공식 제출하면서 불을 붙였다.

또 2005년 취임한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은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수사권 독립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검경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봉합되지 못했다.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검경 갈등은 최근 법정까지 오가며 치열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수사를 두고 검경간에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검찰이 통제하는 수사 현실 앞에 경찰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고검 김광준(52) 검사(부장검사급)에 대한 수사를 놓고 검찰과 경찰이 대결을 벌였으나 특임검사팀 가동과 이중수사 논란이 커지면서 경찰은 또한번 좌절했다.

경찰이 김 검사에 대한 수사를 먼저 시작했지만 검찰이 사건을 가로채는 양상이었다. 원했던 진실은 경찰이 아닌 검찰이 밝힌 꼴이 돼 버렸다.

경찰과 검찰의 대결양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검찰의 악연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경남 밀양경찰서 정모 경위는 지난해 3월8일 지역 폐기물처리업체 수사과정에서 수사지휘를 한 창원지검 밀양지청 박모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과 모욕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청은 이 사건을 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이던 박 검사에게 세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지만 박 검사는 불응했다.

경찰은 소환에 불응한 박 검사를 모욕과 직권 남용 혐의로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또 검사실에 설치된 CCTV 자료와 현장에 있던 수사관과 여직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요구를 번번이 거절하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을 대구 지역의 경찰서로 이송하라며 '이송지휘' 논란도 일었다. 이유는 박 검사가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근무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경찰은 충분한 수사를 하지 못한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불기소로 마무리했다.

경찰이 신종 다단계 사기사건을 수사중인 가운데 검찰이 관할지역 경찰로 사건을 이송하도록 지휘해 보이지 않는 검경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현직 경찰관이 검사를 고소한 이른바 '밀양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업체가 수사대상이었다.

부산지검은 지난해 7월12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하던 투자금 사기사건을 관할인 부산경찰청이나 해당 지역 경찰서로 넘기도록 이송지휘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부산 소재 A투자회사 등이 신종 다단계 사기사건을 벌인 혐의(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수사를 진행중이었다.

당시 경찰 수사 관계자는 "검찰이 '밀양사건'과의 연루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갑자기 이송지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다.

경찰은 같은달 23일 "본청에서 수사할 수 있는 사건으로 이송하는건 적절하지 않아 재지휘를 건의했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검찰의 이송지휘를 수용했다.

국세청 간부 로비 의혹 사건을 놓고 검경 갈등이 빚어졌다. 경찰은 5차례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모두 기각했다.

◇일선 경찰들, 수사권조정 절실…"견제·균형 수사구조 확립"

수사권 대결에서 번번이 패한 경찰이지만 작은 소득도 있었다. 바로 일선 경찰관들의 수사권 조정에 대한 열망이 더욱더 커졌다는 점이다.

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 일선 경찰들의 온·오프라인 모임 '폴네띠앙' 등 일선 경찰관들은 '고품격 경찰서비스 제공을 위한 치안정책 제안자료'를 제작·발간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검찰에 종속된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시켜 '견제와 균형'의 수사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왜곡된 검사 독점형 수사구조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과 달리 검찰이 수사권, 수사지휘권, 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 형집행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잘못된 수사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에 종속된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시켜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닌 상호감시와 견제의 관계로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을 1차적 수사기관, 검찰을 2차적 수사기관으로 명문화하고 상호 협력관계가 명시돼야 한다고 했다. 경찰위원회 위상을 강화하고 사법경찰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사법경찰리의 이의제기권을 명문화해 경찰수사의 공정성·신뢰성 확보, 권한남용을 방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향후 헌법 개정시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권'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되고 검경간 권력구조의 균형을 통해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도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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