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장을 모르듯 치솟는 전월세로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총 주택수는 1만8131호. 1인1가구와 비혈연 가구까지 포함한 가구수는 1만7719가구다. 주택보급률은 102.3으로, 평균 한 가구가 집 한 채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서민들과 무관한 이야기라는 것.
우리나라의 자가 주택보유율은 60% 정도로, 열 가구 중 네 가구는 여전히 전세와 월세를 전전한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집값 상승 흐름이 둔화되고 있지만 월세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 서민들의 시름은 점차 깊어진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철도용지 위에 20만 가구를 수용할 임대주택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매년 12만 가구씩 총 60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한 채 지을 때마다 1억원 가까이 빚이 늘어나는 공공임대주택 건설 재원에 대해 속시원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다.
두 대통령 후보의 주택난에 대한 인식과 해법은 바로 내년 서민들의 삶의 질과도 직결돼 있다.
◇朴 '40년간 복합주거 20만호 장기 임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부동산 대책은 ▲철도부지 활용 '행복주택' 20만호 건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등이다.
박 후보는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아파트, 기숙사, 교통(역), 상업시설 등 신개념 복합주거타운을 건설해 20만호를 40년간 장기 임대한다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제도가 시행될 경우 서울시의 경우 주변 임대료의 33%, 사립대 기숙사비의 32%의 가격으로, 수도권의 경우 주변 임대료의 50%, 사립대 기숙사비의 34%의 가격으로 임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집 주인(임대인)이 본인의 주택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조달하고, 세입자(임차인)는 대출금의 이자만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소득자로서 일정금액(수도권 3억원, 지방 2억원) 이하 전세에 한해 실시되며, 집주인에게는 전세보증금의 이자(4%) 과세 면, 대출이자납입 소득공제 40% 인정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文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정책은 ▲공공임대-민간임대-자가주택의 역할 균형 ▲도시재생사업 재정지원 확대 ▲사각지대 주거수요 지원 등이다.
문 후보는 임대주택을 연간 12만가구씩 총 60만호 지어 현재 5% 선에 불과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비율을 2018년까지 10%, 장기적으로 15%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민간임대주택 등록 제도'를 전면 실시, 임대차 계약을 안정시키고 현행 2년 단위 임대차계약에 1회에 한해 세입자에게 계약갱신 청구권을 부여하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는 청년·실버·여성·응급 등 사각지대 주거지원을 위해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행 주택법을 보완하는 주거복지기본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공재정을 획기적으로 투입해 지역주민의 갈등과 불안을 잠재우고 공공성 중심·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으로 정상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재원마련 대책 '불투명'…실현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은 두 후보 모두 막대한 임대주택 건설 재원에 대해 속시원한 재원 마련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아 '포퓰리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 후보는 20만호의 행복주택을 건설하는 비용이 매년 2조4600억원으로 모두 14조7000억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공사비를 40년간의 국민주택기금 융자(3년 거치 37년 상환)로 충당해 국가재정지출과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공공임대주택 60만호에 대한 재원마련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도시 재생을 국책사업으로 추진, 정부의 재정비 예산을 2조원 수준으로 증액할 방침이라는 점을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보금자리주택과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지출한 재정은 10조원 안팎이다. 이 재원을 모두 임대주택에 쏟아 부어도 후보들이 밝힌 목표의 절반도 채우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하루에도 수십억원씩의 이자를 물어야 할 만큼 악화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최승섭 간사는 박 후보의 '목돈안드는 전세제도'와 관련, "집 주인이 대출한도 감소, 세입자 이자미납 위험 등을 감수하고 대출을 할 유인이 크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20만호 행복주택 프로젝트 공약에 대해서는 "철도부지에 집을 지을 경우 안전성 문제와 소음 등 주거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확대사업과 관련해서는 "수도권에서는 대규모 임대주택을 지을 토지가 부족하며, 주변 거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진척이 쉽지가 않다"며 "임대주택 공급과 주거복지를 위한 재원마련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구체성과 실현가능성 측면은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