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안팎에서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던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사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 총장은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검찰수장을 맡은 17명 중 중도하차한 11번째 총장이 됐다.
한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저는 오늘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다"며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한 총장은 "먼저 최근 부장검사 억대 수뢰사건과 성추문 사건 등 차마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으로 국민에게 크나 큰 충격과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검찰총장으로서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남의 잘못을 단죄해야 할 검사의 신분을 망각하고 오히려 그 직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검찰 총수로서 어떠한 비난과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제 검찰을 떠난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다"며 "검찰개혁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한다"고 인사한 뒤 짧은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검찰개혁안을 내놓고 재신임을 묻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꿔 그간 준비해 온 개혁안은 끝내 내놓지 않았다. 재신임이라는 조건부도 철회해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 총장은 사퇴 발표 후 대검 부장(검사장) 전원의 배웅을 받으며 대검청사를 나서 귀가했다.
한 총장은 대검청사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밤새 고민하다 결국 깨끗하게 사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그것이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최근 집단항명 사태와 관련해 "제가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막판에 조직을 추스르지 못해 국민과 나라에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검찰을 잘 부탁한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미완의 검찰개혁 추진에 대해서는 "후배들이 다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뒤를 맡겼다.
또 사퇴를 두고 청와대와 조율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총장은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 감찰공개를 기화로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전방위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이날 오후 2시께 검찰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재신임을 묻겠다던 기존 방침을 바꿔 돌연 사퇴를 결심했다.
청와대도 한 총장이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 사의를 수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대검 간부들도 한 총장의 사퇴 발표 직후 '사과의 말씀' 제하의 글을 통해 "최근 검찰 내부의 혼란으로 국민에 큰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앞으로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뼈저리게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긴박하게 돌아갔던 검찰개혁 추진과 검찰 조직의 내홍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한 총장의 빈 자리는 당분간 채동욱 대검 차장이 맡아 검찰을 지휘하게 된다. 채 차장은 대선을 거쳐 후임 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4개월여 동안 직무대행을 맡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