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션 스릴러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연쇄살인범을 자처하는 ‘이두석’을 열연한 박시후(34)에 대한 가장 큰 착각은 ‘처음부터 스타의 길을 달려왔을 것이다’다.
아니다. 긴 무명시절을 겪으며 설움을 맛봤고, 실패도 많이 겪었다. 그런 속사정을 안다면 2005년 KBS 2TV 드라마 ‘쾌걸춘향’으로 데뷔해 이제 8년차 배우가 된 박시후의 스크린 데뷔작이 ‘내가 살인범이다’인 이유가 설명된다.
박시후는 “7년 전에 영화를 찍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연을 확정짓고 2~3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했죠”라면서 “그런데 그만 캐스팅이 번복되고 말았어요. 시쳇말로 ‘까인 것’이죠. 당연히 제가 무명 신인이었던 탓에 겪게 된 일입니다.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 속앓이만 해야 했습니다”고 돌아봤다.
결국 박시후는 영화를 포기하고 TV드라마에 출연했고, MBC TV ‘넌 어느 별에서 왔니’(2006)를 시작으로 주연급으로 발돋움해갔다.
“어쩌면 그때 그 영화를 했다면 지금의 박시후가 없었을 지도 모르죠. 그때의 경험이 있기에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오디션을 준비했고, 어떤 작은 역을 맡아도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 했습니다.”

“꼭 영화를 해보고 싶었지만 의외로 좋은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내가 살인범이다’의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스토리가 탄탄하고 공감이 가더군요. 영화에서 이두석의 외모에 반해버린 사람들이 살인범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열광하는 장면들이 흥미로웠거든요.”
사악한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다 그 동안 TV드라마에서 쌓아온 귀공자 이미지를 망가뜨리면 어쩌려고?
“저는 데뷔 초부터 연쇄살인범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지난해 ‘공주의 남자’를 했던 것도 그 동안 재벌 2세만 해온 것에서 벗어나 변신을 하기 위해서였으니 영화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당연히 해야죠. 게다가 제 외모가 가만히 있으면 차가워 보인다고들 하거든요. 실제로는 전혀 안 그런데 말이죠. 하하하. 그렇다면 그런 살인범 캐릭터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해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카체이싱이다. 영화 중반 이두석이 피해자 유족들에 의해 차로 납치되던 중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문제는 그냥 멈춰 있는 차에서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차 위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박시후는 주행 중인 차 여러 대의 보닛, 지붕, 트렁크 등을 넘나들며 자신을 해치려는 유족들과 사투를 벌인다.
박시후는 “더 좋은 그림을 위해 제가 한 액션과 스턴트맨이 한 액션을 섞어서 편집하기는 했지만 저로서는 100% 액션 연기를 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면서 “자동차 위 액션신을 6회 정도 찍고 다 끝냈다는 생각에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 멀리서 정병길 감독님이 오시더군요. 저는 당연히 ‘수고했다’고 말해줄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세상에 뭐라고 하시는 줄 아세요. ‘한 번 더 갑시다’라는 것이에요”라고 털어놓았다.
“이 영화는 제 영화 데뷔작이기도 했지만 정 감독님의 상업영화 데뷔작이기도 했죠. 둘 중 한 사람이라도 경험이 많았다면 이것 저것 따지면서 했을 거에요. 하지만 두 사람 다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알아서 시켰고, 따랐죠”라고 혀를 내둘렀다.

“일단 SBS TV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로 달달한 모습을 보여드린 뒤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올 겁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영화에 발을 디뎠으니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액션 느와르, 판타지 멜로 등 다양한 장르에서 또 다른 모습을 펼쳐보이고 싶습니다.”
신인 영화배우가 된 TV스타 박시후의 복수혈전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