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자 1057명, 휴대전화 1486대…범죄 이용되기도
경찰 "사실상 고금리 대출…대출 희망자 사정 악화해"

대출을 해주겠다며 신규 휴대폰을 개통하게 하고, 이를 장물로 만들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되도록 한 2개 범죄 조직 전원이 검거됐다. 이들은 총 184명으로 총책, 상담원, 조회 업자, 개통 기사 등의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장물 휴대전화를 국내외로 불법 유통한 범죄 조직 전원을 특정 경제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형법상 범죄 집단 조직 및 활동 등 혐의로 검거하고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총책 등 3명은 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경찰이 송치한 184명 중 93명은 총책 A씨 조직 소속 44명, 총책 B씨 조직 소속 49명이다. 이들은 ▲범죄 집단 조직 및 활동 ▲특정 경제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송치 인원 91명은 조회 업자,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 대표와 지점장, 대부업 등록증 대여자 등으로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대부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검거된 범죄 조직이 한 휴대폰깡은 소액 대출 희망자들이 개통한 휴대전화를, 장물업자를 통해 유통하는 불법 사금융 중 하나로 이른바 '폰테크' '내구제 대출'이라고도 불린다. 경찰은 범죄에 이용된 불법 유심의 개통·유통 과정을 추적하면서 이번 범죄 조직의 범행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경북 구미와 대전 일대에 유령 대부업체 53개를 등록하고, 상담을 위한 텔레마케팅 사무실 12개소를 마련했다. 이들의 범행에 이용된 명의자는 1057명이고, 개통된 휴대전화는 1486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유통된 단말기와 유심 중 일부는 피싱 범죄, 도박, 투자 리딩 사기 등 다중피해 사기 범죄 조직에서 이용돼 약 77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확인된 범죄수익금 약 16억2000만원을 기소 전 몰수하고 추징 보전 조치했다고 밝혔다.
2019년 9월께 A씨가 지인이나 구인·구직 광고 지원자로 구성한 범죄 조직은 행동 지침을 정해 수시로 조직원을 교육하고 역할을 나누는 등 지난해 7월께까지 조직적으로 범행을 일삼아 왔다.
범죄 조직은 인터넷 플랫폼 여러 곳에 대출 광고를 게재한 후, 연락이 온 소액 대출 희망자들에게 "일반 대출이 부결되었다.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이를 매입해 자금을 융통해 줄 수 있다"며 휴대폰깡을 유도했다. 대당 160~210만원 상당의 고가 휴대전화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한 후, 기종에 따라 60~8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들은 명의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뒤, 각 통신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에서 통신사 전산망에 접속해 휴대전화 개통 가능 대수·할부 한도·미납 금액 등 정보를 파악하기도 했다.
경찰은 휴대폰깡에 대해 "사실상 고금리 대출과 마찬가지"라며 "대출 희망자는 계속해서 할부의 빚을 질 뿐만 아니라 통신 요금 미납, 채무 불이행, 신용도 하락으로 사정이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금융위원회에 유령 대부업체 실태 조사 횟수를 늘리고, 범행을 저지른 대부업체의 등록 말소 등 대부업 관리 강화를 요구했으며, 94억원 상당의 위법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처분을 위해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휴대폰깡 범죄 조직을 포함해 이들로부터 유심을 매입해 보이스 피싱 범죄 등에 이용한 다른 범죄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