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방법을 신랄하게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씨를 집단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강 의원은 '평소에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며 악수만 하라' '공약은 말로만 하라'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져라' 등 최효종씨의 대사에 적잖이 화가 났던 모양이다.
촌철살인의 풍자에 배꼽을 쥐었던 시청자들로선 강 의원의 '오버액션'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강 의원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여자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설화(舌禍)에 휘말려 유죄판결을 받은 장본인 아니었던가.
이처럼 같은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웃고 울며 정반대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이 속성은 연평도를 바라보는 섬사람들과 외지인들의 엇갈린 시선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연평도 민가 300여채가 북한군 포격에 파괴된지 어느덧 1년. 정부는 그동안 주민들을 위해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529억원을 들여 주민대피시설을 정비하고 각종 경보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서해5도 지원 특별법에 근거해 9109억원 규모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으며 매달 정주생활지원금조로 주민 1인당 5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14일부터 사흘간 연평도 현지 취재를 하면서 직접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한 꽃게잡이 어민은 정부 지원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짜증 섞인 말투로 "한달에 한번 나오는 5만원을 누구 코에 붙이냐"며 쏘아붙였다. 휴양·체험관광지로 개발한다는 정부방침에 대해서도 "솔직히 연평도에 볼 게 뭐가 있냐. 여긴 관광지가 아니다"며 비아냥거렸다.
집 수리를 놓고도 정부와 주민들은 동상이몽이었다.
정부는 포격 당시 완전히 파괴된 가옥을 대부분 완공했고 지붕이 부서지거나 창문이 뒤틀린 가옥 239동에 대한 수리도 거의 완료했다며 자화자찬 중이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새로 지은 집들이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바로 옆집 이웃들에게는 엄청 좋은 집을 지어주면서 우리 집은 금만 갔다는 이유로 페인트만 대충 칠하고 말더라"며 "언제 무너질지 몰라 불안한데도 정부는 우리 마음은 몰라주고 눈 가리기 식 보수공사에만 그쳐 괘씸하고 억울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차라리 포탄에 맞아 집이 다 부서졌다면 오히려 더 좋은 집을 갖게 됐을 거란 뜻이다. 이쯤 되면 새집을 지어주면 주민들이 한없이 고마워할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결국 정부는 연평도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생색만 낸 꼴이 됐다.
섬 안팎의 엇갈리는 반응에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술 한 잔으로 달래러 찾아간 연평도 D식당. 구석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현지주민들의 대화가 가슴을 울렸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중이 남아서 절을 바꾸면 안 되나" "바꿀 수 있을 거 같아? 중이 떠나는 게 순리지"
우울한 대화가 진행되던 순간, 텔레비전에선 지난해 포격 원점인 개머리진지 부근에 북한이 해안포 진지 수십곳을 추가로 구축했다는 암울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