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불장( Bull Market │ 상승장)’을 방불케 솟구치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수 심리가 이재명 정부의 6·27 고강도 대출 규제 시행으로 7주 만에 한풀 꺾이며 수그러들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발표한 수도권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그리고 용산구 등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강도 높은 새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6월 3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은 오름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초강세다. ‘6·27 대출 규제’ 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다음 주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는데,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며 실효적인 투기 억제·공급 확대 정책으로 집값을 확실히 안정시켜야만 한다.
지난 7월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 2025년 6월 5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전주(0.43%)보다 줄어든 0.40%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와 강동·용산·성동·마포구 등 ‘한강벨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다. 반대로 서울 양천·영등포구, 경기 과천·성남 분당 등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6·27 대출 규제 조치가 일부 반영된 조사인 점을 감안하면 급한 불은 일단 잡았지만, 전체 추이는 더 지켜봐야만 한다. 특히 올해 6월 다섯째 주(24~30일)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8.8을 기록했다. 전주인 지난 5월 111.2보다 2.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강남 3구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크게 늘어나며 지난 5월 첫 주(100.8)부터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수자와 매도자의 비율을 계산한 수치로 100보다 크면 부동산 시장에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도하려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여전히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강하지만 상승세는 일단 꺾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10주 만에 하락했다. 지난 4월 셋째 주 98.4에서 6월 넷째 주 104.2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월 다섯째 주 103.7로 소폭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동북권(강북·광진·노원·도봉·동대문 등)만 97.2를 기록해 전주 96.3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KB부동산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서도 서울의 ‘매수 우위 지수’는 76.4로, 전주 99.3보다 22.9포인트나 감소했다. ‘매수 우위 지수’는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현장의 매수자와 매도자 비율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역별로는 강북 14구가 69.7로 전주 대비 18.9포인트 하락했으며, 강남 11구는 82.3으로 전주 대비 26.6포인트 감소했다.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도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없게 만드는 만큼 아파트 매매 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파트 대체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하반기 중 강남권 수요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는 2019년 ‘12·16 대출 규제’ 때도 대책 발표 이후 반년 정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다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학습의 결과로 규제를 피한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풍선 효과’도 나타난 바 있었음도 기억해야만 한다.
부동산 시장은 건설·금융·교육 등이 서로 맞물려 ‘돈줄 죄기’ 하나로만 근본적 안정을 이루기란 힘들다는 것이 통념이자 일반론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처럼 섣부른 규제 완화와 윤석열 정부에서 쌓인 공급 부족도 집값 불안 심리를 자극한 원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투자 자금을 부동산에 묻어두려는 시장심리도 여전히 강하다는 게 작금의 부동산 시장에 짙게 드리운 암운이자 상당 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대출 규제 외에)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라고 말한 것은 시의적절했고 반길만 하다. 투기 불씨를 일으킬 수 있는 새 신도시보다 이미 계획된 신도시 개발 속도를 높이고 기존 택지를 재활용하고 고도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공급 우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게 명약관화(명약관화)해 보인다. 나아가 수도권 과밀화 대책으로 ‘지방균형발전’에 힘을 싣고, “부동산보다 (투자를)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게 훨씬 낫다”라고 밝힌 대목도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넓힌 것으로 긍정 평가할 수 있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7·3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주택공급 확대와 추가적인 수요 억제책을 검토 중임을 밝혔는데 서둘러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공급 측면에선, 윤석열 정부가 5년간 27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목표치에 턱없이 모자란 실적을 보였다. 정부가 당장 가용 가능한 카드 중 1순위는 도심 자투리땅을 택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꼽힌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부지나 청사를 주거·업무시설로 복합개발하는 방식으로 공공청사 복합개발은 행복주택과 주민센터를 함께 건설한 천호3동 공공복합청사 등 전례가 있었다. 주택 공급량은 신도시보다 적지만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거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새로운 신도시 개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바 있다.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다. 상당한 규모인데 공급이 실제로 안 되고 있다”라며 “속도를 빨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도 사업 추진이 더딘 상황임을 고려하면 올바른 진단이다. 물론,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데는 토지 수용 지연과 공사비 급등 등 구조적 요인들이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할 방안들도 서둘러 찾아야 할 현안이자 숙제임을 명심 실천해야만 할 것이다.
서울 아파트 투기에 전세대출이 많이 악용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 강구해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만 한다. 정부가 국민 주거 복지 차원에서 전세대출에 보증을 서고 있는데, 이를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전세 사기로 악용되고 있어 발본색원(拔本塞源)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세대출이 투기에 악용되는 사례를 근본적으로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 주식시장 활성화도 강조했는데 매우 적절한 정책 방향이다. 수도권 부동산 문제에는 우리 사회의 온갖 모순들이 응축(凝縮)돼 있는 고질적 해악(害惡)이자 척결할 적폐(積弊) 그 자체다. 그런 만큼 공급·금융·세제 등 주택 시장에 특화된 미시적 대책과 함께 수도권 집중 완화와 자본시장 선진화 같은 근본적 대책들도 서둘러 강구해야만 한다.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는 강력히 억제하고, 근본 처방이 될 지역균형발전과 금융시장 선진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만 한다.
이재명 정부의 과감한 대출 규제와 강력한 정책 의지 표명은 일단 이상 과열 현상을 보였던 서울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양천·영등포구 등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도 과천시 등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지나친 자신감은 금물이다. 왜냐면 부동산 시장 과열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수요 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공급 부족이기 때문이라는 명제를 전제할 때 대출 규제나 세제 개편 그리고 수요 억제책은 공급 확대 정책보다는 대증요법이나 지엽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물론 공급 확대가 빵을 굽거나 벽돌을 찍듯 하루아침에 도깨비방망이 휘드르듯 뚝딱 나오는 것은 아니라 지금 당장 공급 계획을 밝히더라도 입주까지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만큼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의 병행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새 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부동산 정책을 성공시켜야만 한다. 따라서 새 정부는 ▷공급 확대, ▷수요 억제, ▷세제 개편, ▷대출 규재 ▷투기 억제 등 시행 가능한 모든 대책을 비교·검토하고 분석·융합하여, 보다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진단·처방에 나서 최상·최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서둘러 시행해야만 망국적인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