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까다로운 작물로 유명하다. 탄저병, 역병, 담배나방 등 병해충에 취약해 베테랑 농사꾼도 실패보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농약을 많이 치는 작물로 인식되고, 재배를 꺼려 국내 자급률이 50%밑으로 떨어져 그야말로 위기 작물이다.
경기도 양주시의 한 마을이장이 무농약 고추재배에 성공, 친환경 재배에 뛰어들어 이목을 받고 있다.
이남용 썬엔코(http://sun-nco.com) 대표는 무농약 고추재배의 성공 비결을 “생명존중, 인간존중의 안전한 농사물을 생산하는 농사꾼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95년 이웃 농가에서 무농약 인증을 받고도 막대한 비용 문제로 망한 사연을 보고 ‘이건 아니다’다 싶어 양주농업기술센터 바이오 대학 1기생으로 입학, 무농약 재배에 뛰어 들었다.
처음 해보는 무농약 농사일은 험난했다. 토양관리부터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자재도 친환경으로만 쓰다 보니 처음엔 작황이 예전만 못했고, 작물도 멋대로 생겨 시장에서 2등급 취급을 받기 일쑤여서 경제적 손실도 크게 봤다.
숱한 실패를 겪은 뒤 1997년 친환경 무농약 인증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는 값비싼 친환경 자재를 쓰는 기존 재배법의 경우 자본력이 취약한 농가에 그야말로 ‘독’이나 다름없어 저비용 재배 연구에 박차를 가해 성공하기에 이른다.
이 대표는 “기존 왜곡된 친환경 무농약 재배법을 바로잡고, 이를 대중화하기 위해선 저렴한 비용의 친환경 재배기술이 절실했다”며 “연구의 초점을 농가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재배기술에 맞췄다”고 말했다.
그의 무농약 고추는 시설재배로 각종 병해충을 옮기는 담배나방과 진딧물, 개미 등을 잡는 '해충 포집기'가 주효했다. 특허출원한 해충 포집기는 농협도 그 효능을 인정, 납품 주문을 의뢰할 정도다. 이 대표의 바람대로 3~4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그는 가난한 농가에서도 도전할 수 있는 무농약 재배법을 연구, 실용화해 고추를 비롯해 쌀과 감자, 마늘 등 9개 품목을 무농약 작물로 인증 받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무농약 ‘꿀마늘잼’은 자연 그대로 재배하다 보니 볼품이 덜한 친환경 마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책으로 가공과정을 거친 이 대표의 주력 상품이다.
요즘 이 대표는 주로 사전 예약을 받아 고추와 마늘, 벼농사 위주로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다. 감자, 마늘, 고추, 벼 등 무농약으로 1만 여평을 짓는 그는 어느덧 부농 대열에 자력으로 합류했지만 무엇보다 ‘생명·인간존중의 농업’의 터를 잡은 데 기여한 자신이 뿌둣하다.
고추와 꿀마늘, 해충포집기 등 9개의 농자재를 특허와 실용신안을 받아 친환경 쪽에선 발명가로 이름이 나있다.
그는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지구를 깨끗하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농약 재배를 시작했는데, 이제 많은 농가에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과학자가 인류발전에 기여하듯 사람들이 먹고 건강해지는 안전한 농사물을 생산해내는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