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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 급감…월세의 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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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 급감…월세의 시대 오나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1.10.24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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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 가속화 전망 우세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5600건이다. 이 가운데 전세 거래량은 0179건으로 전체의 58.8%를 차지했다. 월세·준월세·준전세 등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6419건으로 41.1%를 차지했다.

1년 전인 작년 8월 전세 비율과 월세 비율이 각각 68.9%(1만5866건 중 1만945건), 31.1%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할 때 1년 사이 전세는 급격히 줄고 월세는 늘었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를 버티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준금리는 지난 8월 한차례 올리긴 했지만 여전히 0.75%로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저금리 시대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은행에 저축하더라도 저축이자가 거의 붙지 않고 오히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랜 기간 이 돈을 갖고 있을수록 집주인 입장에서는 사실상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강화되자 늘어난 세금부담을 세입자들을 통해 충당하려는 ‘조세 전가 현상’도 최근 부동산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집주인들은 전세매물을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매달 일정 금액을 세입자에게 받는 편이 더 이익인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월세 중에서도 보증금 비중이 높고 월 임대료 수준은 낮은 ‘반전세’가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점차 전세매물이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과 달리 전세매물이 단기간에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세는 집값의 절반가량을 보증금으로 내고 일정 기간을 살다가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전 세계에서 극히 일부 국가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이다. 우리나라 외에는 인도와 볼리비아 정도만 시행하고 있고 선진국 중에서는 전세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없다.

과거에도 전세 시장이 불안할 때 전세 실종 우려가 종종 나오곤 했지만 전멸한 적은 없다. 집주인 중에서는 전세를 유지해야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이미 대출을 받을 대로 받아 아무리 대출이자가 싸더라도 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이들이 자금 융통을 위해 전세를 놓는다.

전문가들 중에는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점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전세 계약 갱신 때 보증금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전세 공급 역할을 해 온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작년 보다 20~3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아온 전세 제도가 계속 살아남을 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가 급증하면 서민 주거 불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내년 8월 이후 전셋값 폭등이 사실상 예고돼 있어 임대차 시장 불안이 커질 전망이다. 주택 공급을 늘릴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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