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사회공헌팀장은 중구청에서‘스토리북’이라는 제목의 100쪽짜리 책 한권을 받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꿈과 눈물이 담겨 있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무심히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구구절절한 사연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다음 날 구청 복지지원과로 전화해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해 말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를 하며 어려움을 직접 체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올 2월 롯데쇼핑 대표가 직접 최창식 구청장을 찾아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모은 후원금 1천만원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그 후원금으로 구입한 기아차 모닝을 4월 신당복지관에 전달해 1천969명의 저소득층에게 따뜻한 도시락을 신속하게 배달하고 있다.
‘스토리북’은 중구청과 동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지난 해 3월부터 만든 책이다. 당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생활실태를 조사하던 중 눈물과 꿈이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
이를 바탕으로 후원자들이 그 책을 읽고 후원한 사람을 직접 선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구청을 통해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후원금을 내면 알아서 어려운 사람들과 연결해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후원자가 직접 공감하는 분들의 사연을 읽고 대상자를 정하는 맞춤형으로 후원 방법을 변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해 12월 1권이 나왔을 때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잘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스토리북’의 힘은 강력했다. 매달 3천원부터 8백만원까지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기업이나 사람의 수가 6천4백여명이 됐다. 지난 한달 동안에만 3천212만원이 모였고,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가정 183가구에 지원됐다. 그동안 스토리북을 통해 모인 돈은 총 3억9백만원이다.
스토리의 힘은 많은 사람들을 정기 기부자로 만들었다.
신영순(62)씨는 구청에서 받은 보상금 30만원을 후원금으로 내려다 복지지원과에서 스토리북을 읽게 됐다. 신씨는 정신분열을 앓고 있으면서도 골수염으로 걷지 못하는 남동생을 돌보며 사는 김모(63)씨의 사연을 읽고 매달 5만원씩 김씨를 돕고 있다.
영락교회 교인 1,004명은 스토리북에 사연이 실린 차상위계층 67명에게 매달 502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1년간 6천24만원을 후원할 예정이다. 한국전력 서울개발처 직원 178명은 10가구에 월 10만원씩 1년간 1천2백만원을 지원한다.
롯데백화점 자원봉사단체인 사나사(사랑을 나누는 사람들) 직원 1,004명도 스토리북을 통해 3월부터 하루 100원씩 1구좌(월 3천원)에서 10구좌까지 신청해 매달 411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국민은행 중앙지역본부는 스토리북에 실린 사연을 보고 2천360만원을 후원해 남대문지역상담센터의 남대문 쪽방촌에 스타렉스 차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스토리북을 본 수원의 삼성전자 사회공헌팀 직원이 택시를 타고 중구에 와 스토리북에 실린 사연의 세대를 방문한 후 대기시킨 택시를 타고 다시 수원으로 내려가 후원을 준비하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외에 SK건설, 빙그레, 신한은행, 신라호텔 등 중구에 있는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도 스토리북을 본 뒤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6천4백여명, 3천원~800만원까지 매달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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