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까지 승리해야지요.”
호주 정부관광청과 호주 6개주가 주최하는 ‘호주, 꿈의 직업’ 1차 결선 진출자 150명에 포함된 한국인 2명 중 한 사람인 알렉스 박(30·박준형)씨의 카카오톡에 올라있는 포부다.
‘호주, 꿈의 직업’에는 세계에서 약 50만명이 서류 접수를 했고, 약 4만5000명이 UCC를 제출했다. 한국인 4만4000명이 서류를 냈으며 UCC는 800명에 그쳤다. 영어로 자신을 소개해야 한다는 점이 한국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박씨는 서호주가 뽑는 ‘서호주 미식여행가’ 부문에 응시, 영국식 영어로 한국에 있는 다양한 동서양 레스토랑들을 섭렵하면서 온라인 음식평론가 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자신을 알려 합격했다.
‘미식 여행가’라는 팔자 좋은 직업에 지원한다 해서 박씨를 부잣집 막내아들로 지레 짐작하기 쉽다. 2004년까지는 그랬을 수도 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사업을 크게 해서 집이 부유했어요. 덕분에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4년 남짓 거주하며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었어요.”
그 시절 박씨는 용돈을 아끼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호주와 뉴질랜드는 물론 아시아의 수많은 레스토랑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미각을 키웠다. “꿈같은 시절이었죠. 밥값으로 한 달에 수백만원을 쓰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2004년에 아버지가 크게 사기를 당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고교만 마치고 귀국해야 했죠.”
박씨는 한국외대 영어 통번역과에 진학했다. 통번역사가 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좋은 음식을 맛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호주나 뉴질랜드에 있을 때만은 못했죠. 그래도 음식에 대한 감각을 계속 유지하고 키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사업 실패로 화병을 앓던 부친이 별세하면서 자동차 딜러로 일하는 3세 위 형과 함께 가장 역할을 나눠 맡게 됐다. 프리랜서로 통번역을 하면서 생활비를 보태는 한편, 돈을 모아 호주로 유학을 떠날 꿈을 키우게 됐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호주, 꿈의 직업’을 만나게 됐고, 열심히 준비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꼭 통과할 것이라고 자신하지는 못했죠.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유학하면서 체득한 영어식 액선트로 좋은 점수를 딴 것 같기도 하고, 진솔하게 제 자신을 소개한 것이 호평을 들은 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제 2차 관문은 실력으로 뚫어야겠죠.”
1차 결선 진출자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들의 추천서 받기, 본인과 호주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 등 힘들지만 재미있는 미션들을 해결해 8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 가운데 2차 결선 진출자로 직업별 3명씩, 총 18명을 가리게 된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님, 전 육군중장이자 6·25참전 유공자회장인 박희모 장군님, 가수 알렉스씨, 성우 서유리씨, 아리랑TV에서 추천서를 받았어요. 손지애 아리랑TV 대표님께 추천서를 받기로 했구요. 월드스타 싸이씨나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한테 받는다면 정말 좋을텐데 쉽지 않네요.”
바쁜 업무 중에서도 추천서를 써준 모든 사람들이 고맙지만, 그룹 ‘클래지콰이’ 멤버 겸 탤런트 알렉스(34)에게 특히 감사하다. 이름만 같을 뿐 일면식도 없던 알렉스에게 무조건 영상 추천을 요청했다. “알렉스씨는 일정이 빡빡해서 간신히 만났어요. 그런데도 흔쾌히 응해주셨죠. 30분 넘게 촬영을 했는데 싫은 기색, 피곤한 기색 하나 안 내고 자기 일처럼 해주셨어요. TV에서 보는 친절하고 자상한 이미지 그대로더라구요. 꼭 합격해서 보답하고 싶네요.”
박씨는 2차 결선을 앞두고 천군만마를 만났다. 지난 3일 서울시 백범기념관에서 ‘2013 대한민국 시민대상 시상위원회’가 주최한 ‘2013 자랑스런 대한민국 시민대상’ 시상식에서 ‘국위선양’ 부문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날 김연아씨도 수상자로 선정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만나면 꼭 추천서를 받으려고요. 김연아씨가 참석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이번 수상이 제 위상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아 기쁩니다.”
박씨는 자신과 호주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제가 서울의 여러 레스토랑을 돌며 호주식 소고기 스테이크 요리를 소개하는 영상이에요. 열심히 준비했으니 심사위원들도 만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씨는 2차 관문을 통과하면 6월 중순 약 2주 동안 서호주를 방문해 현지에서 제시한 과제를 해결하고 경쟁한다. 최종 관문마저 통과하면 6개월 동안 최대 10만 호주달러(약 1억2000만원)를 생활비와 급여 명목으로 받으면서 호주에서 미식여행가로 활동하게 된다.
“호주에서 6개월 간 미식 여행가로서 쌓은 경험과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통번역사와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접어뒀던 호주 유학의 꿈도 다시 한 번 펼쳐보고요. 행운이 아닌 제 땀과 노력으로 기필코 이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