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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아이라 사줘야 하는데…' 얇아진 지갑에 부담되는 어린이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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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아이라 사줘야 하는데…' 얇아진 지갑에 부담되는 어린이날 선물
  • 김지원기자
  • 승인 2013.05.04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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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마다 겪는 일이지만 해가 바뀔수록 부담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 자녀들 둔 직장인 김승철(42)씨는 가정의 달인 5월이 반갑지만은 않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각종 기념일로 지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에게 어린이날 선물 구입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기본적으로 물가가 오른 데다 아이들이 갖고 싶거나 유행하는 선물들의 가격이 고가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에는 건강보험료 정산으로 수입까지 줄어들면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씨는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잘 놀아주지도 못해 미안해서 좋은 선물이라도 사주고 싶은데 원하는 조립완구세트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다른 애들은 다 있는 우리 아이만 없으면 상실감이 크고, 혹시 왕따는 당하지 않을까 염려돼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건강보험료 정산으로 월급이 30~40만원 정도 적게 나와 주머니 사정이 최악"이라며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어 이번달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유아에서 초·중학생 등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올해 어린이날 선물 구입에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날 선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동자동차와 시리즈 조립완구 가격이 고가에 형성돼 있어 부모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후 서울의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백화점 아동 코너에는 어린이날 선물을 사기 위한 부모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부모의 손을 잡고 백화점을 찾은 아이들은 유명만화 캐릭터들과 형형색색의 풍선으로 장식된 특별 코너 앞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특히 시리즈 조립완구들을 파는 코너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선물을 고르는 부모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부모들은 높은 가격이 부담스러운 탓인지 대부분 상품을 들었다 다시 내려놓거나 마트 직원에게 가격을 물어보고 한참이나 살펴봤다.

코너 한 켠에서는 원하는 선물을 사주지 않는 부모와 아이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일부 아이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떼를 쓰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10만원이 훌쩍 넘는 진열된 조립완구가 날개 돋친 듯 팔리자 마트 직원들 큰 수레에 완구를 한 아름 싣고 오더니 빈 진열장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 3일 동안 조립완구 시리즈는 이미 400여개가 넘게 팔렸고, 인기 제품은 추가 주문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폭탄세일', '파격 세일'이라는 현수막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어린이 의류 특별코너에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오고갔다.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의 옷을 고르는 손길이 분주했다.

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5만원 이상 고가 완구 매출이 10% 신장하면서 전체 완구 내 고가 완구 매출구성비가 32.5%로 늘어났다"며 "불황에도 자녀를 위한 지출을 줄이지 않는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올해 역시 어린이날을 앞두고 관련 상품들이 높은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날로 비싸지는 어린이 날 선물은 부모들에게 달갑지만은 않다.

두 딸과 함께 마트를 찾은 주부 정혜정(37·여)씨는 "어린이날이 아이들에게 즐거운 날이지만 부모들에게는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라며 "아이들이 찾는 선물들 대부분이 가격대가 워낙 높은데 사달라고 하면 안 사줄 수 없다"고 전했다.

직장인 성모(44)씨는 "월급 빼고 모든게 다 올라서 매년 5월이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도 "하나뿐인 내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하면 박탈감을 갖지 않을까 우려스러워 부담이 되더라도 원하는 선물을 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가정의 달인 5월이 어린 자녀을 둔 부모들에게는 '가정이 제일 힘든 달'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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