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8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GM대우 사장(63·현 GM유럽 사장)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GM대우 협력업체 대표 김모(57) 등 4명에 대해 벌금 400만원, 윤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을 각 선고한 원심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협력업체 직원을 파견받아 투입하는 것을 불법으로 보고 제조업체와 협력업체에 대해 형사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GM대우와 사내협력업체들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 내용과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과정을 볼 때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GM대우 사업장에 파견돼 GM대우의 지휘·명령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미필적으로나마 해당 근로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GM대우가 하청업체 직원들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맺은 계약이 적법한 도급계약이 아니라 불법적인 파견으로 판단한 것이다.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르면 자동차 생산공정 등 제조업에서는 근로자를 파견받는 것이 금지돼있다.
앞서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비슷한 취지로 현대차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근로자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행정 소송에서 원고 승소의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라일리 전 사장은 2003년 1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GM대우 창원공장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847명을 파견받아 생산공정업무를 맡긴 혐의로 지난 2006년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됐으나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계약기간 중 관할 노동사무소의 특별점검에서 근로공급계약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어 불법파견에 대한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협력업체와 GM대우 사이에 행해진 근로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인정,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