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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매때리다 정들었다…오정세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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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매때리다 정들었다…오정세 사용설명서
  • 김지원기자
  • 승인 2013.02.25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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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연기하는 모노 드라마가 아닌 한, 배우는 다른 배우와 공연하게 된다. 당연히 파트너 복은 필수다.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멜로물이나 로맨틱 코미디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를 통해 ‘로코 여왕’ 재등극에 나선 영화배우 이시영(31)은 요즘 파트너 칭찬에 입에 침이 마를 틈이 없다. 이 영화에서 한류스타 ‘이승재’를 열연한 오정세(36)다. “오빠가 함께 했기에 제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어요. 오빠가 잘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이시영의 오정세비어천가는 이어진다. “오빠와 연기를 하면 제 연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아직 저는 상대 배우에 따라 연기에 차이가 나는 편이거든요. 오빠와 다음에 또 함께 작품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벌써부터 한답니다.”

이 작품에서 이시영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여자’의 대표격인 ‘국민흔녀’ ‘최보나’다. CF 조감독으로 능력을 갖췄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 억눌리고 소외된 채 살아가던 중 우연한 기회에 입수한 ‘남자사용설명서’ 비디오 테이프가 알려주는대로 따라하면서 모든 남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국민훈녀’로 180도 변신하게 된다. 이승재 역시 흔녀 시절의 최보나를 무시하고 깔보던 남자들 중 한 명이지만, 최보나가 훈녀가 되자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처럼 달라진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엘리베이터 신이다. 최보나와 하룻밤을 보낸 뒤 더욱 불타는 사랑을 키우게 된 이승재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최보나에게 키스를 하려고 한다. 그러다 완강히 거부하는 최보나로부터 따귀를 맞는다. 그럼에도 계속 키스를 시도하면서 계속 따귀를 맞는다.

이시영은 잘 알려진대로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국가대표 수준의 복서다. 주먹으로 얻어맞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도 팔 힘이 워낙 좋기 때문에 만만한 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 맞았다. 지나칠 정도로 리얼해서 오정세의 뺨이 건재했을까 걱정될 정도다. 대신 관객들은 박장대소했고 최보나의 바뀐 처지가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시나리오에는 ‘승재, 보나를 덮치려하나 보나는 피한다’가 전부였어요. 오빠와 제가 애드리브를 했던 것이죠. 그 장면을 찍을 때 오빠가 진짜 이승재가 된 것 같았어요. 죽어도 안 떨어지려고 하는 마음이 느껴졌죠. 보통 그런 장면을 찍는다면 누구나 ‘이쯤에서 달려들고, 이 정도에서 떨어지자’는 계산을 머릿속에 하게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오빠는 제가 느끼기에도 전혀 그런 계산을 하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것이었어요. 일부러 그랬던 거죠. 그러다 보니 저도 더욱 거세게 오빠를 밀어내려고 하고, 좀 더 세게 오빠의 뺨을 때렸던 거에요. 덕분에 좀 더 리얼한 연기가 나올 수 있었어요.”

“혹 몇 대나?”

“한 40~50대 정도요. 정말 아팠을텐데 오빠가 기자회견에서 말하기를 제가 힘 조절을 해줬던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안 그런 것이 아니라 못 그랬는데. 미안하죠. 호호호.”

오정세의 연기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한류스타 이승재는 왠지 안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출중한 외모의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이 “낮추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오정세씨를 캐스팅하려 했던 의도도 이 영화는 코미디고, 오정세씨가 원빈, 현빈씨와는 조금 다르잖은가. 그분들이 아닌 오정세씨가 한류스타 역할을 맡았을 때 코미디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감독은 그렇다 해도, 기왕 파트너가 한류스타라는 설정이라면 진짜 한류스타가 했으면 좋은 것 아니었을까. 그게 이시영의 위상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하지만 이시영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남자사용설명서’가 원래는 그냥 로맨틱 코미디였지만 감독님의 CG로 독특한 색깔의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 있었죠. 마찬가지로 오빠가 한류스타를 했기 때문에 특별한 로맨틱 코미디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에요. 만약 오빠 대신 진짜 한류스타가 했거나 그런 멋진 외모를 가진 분이 했다면 흔하디 흔한 로맨틱 코미디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구요.”

이시영과 오정세는 2011년 11월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커플즈’(감독 정용기)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이후 사석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됐다. 이 영화에 캐스팅된 뒤 서로를 향해 “왜 또 만난거야”라거나 서로에게 “내가 꽂아준거야”라고 농반진반할 정도다. 그러나 연기에 있어서 오정세는 이시영의 모범답안이다.

“오빠의 강점이 리액션이에요. 상대방이 어떤 연기를 하든, 약속되지 않은 애드리브를 하든 오빠는 그것을 모두 받아서 새롭게 살려주죠. 그러면서도 자신의 연기도 멋지게 해내고 캐릭터도 살리죠. 뿐만 아니에요. 배우도 사람인데 자신이 돋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오빠와 공연하다 보면 상대방을 받쳐준다고 내가 묻히는게 아니라 함께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다음에도 꼭 서로를 꽂아주고, 또 만났으면 좋겠네요.”

      도발적인 포즈의 배우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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