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후 지난 5년간의 파란만장하던 청와대 생활을 뒤로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지난 18일 고별 라디오·인터넷 방송을 통해 스스로를 ‘일꾼 대통령’으로 자처한 이 대통령은 이날도 오전부터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전 11시 5분께 임기중 마지막 국립묘지 참배를 한 데 이어, 오후에는 잉락 태국 총리와 정상 회담을 하는 등 하루종일 강행군을 펼쳤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바쁜 임기 마지막 날을 보낸 이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을 나선 것은 오후 4시7분께.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차 방한중인 잉락 태국 총리를 만나 태국 물관리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우리 기업들에 대한 배려를 당부한 직후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건물 우측으로 도열해있는 전·현직 수석, 비서관 등과 악수를 나눴고, 직원들은 이 대통령 이름을 연호하는 등 떠나는 대통령과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
이 대통령 내외는 이어 전현직 직원들의 박수갈채속에 정문으로 향했고, 일부 직원들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대통령 내외를 따라갔다.
이 대통령 내외는 특히 좌우로 도열한 직원들 속에서 각 부처로 돌아가는 파견 공무원들을 발견한 뒤 “열심해 해라. 힘내라‘는 등의 덕담을 건네 눈길을 끌었다.
서울 논현동 사저로 떠나는 검은색 세단차량이 놓인 청와대 정문 바로 앞에서 남녀 직원 2명이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 내외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것은 오후 4시19분께.
이 대통령은 2분뒤인 오후 4시21분께 목적지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출발, 5년간의 파란만장한 청와대 생활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직원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국립묘지 방명록에 ‘수도선부(水到船浮) 더 큰 대한민국, 국민 속으로’라는 글귀를 남겼다.
‘물이 불어나면 큰 배가 저절로 떠오른다‘는 뜻으로, 남송의 성리학자인 주희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주자전서에 등장하는 문구다.
임기중 두 차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지하 벙커로 들어갔던 이 대통령의 귀거래사이자, 후임자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당부로도 읽힌다.
두 차례 금융위기 극복에 혼신의 힘을 다하며 번영의 씨앗을 뿌렸으니 과거에 머물지 말고,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해 돛을 올리고 힘차게 나아가 달라는 것이다.
한편,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환영인파속에 있던 안광찬 위기관리실장에게 “오늘밤 12시에 나하고 통화하고 자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군 통수권을 박근혜 차기 대통령에게 넘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보 문제를 살피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는 당부다.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하는 당일, 조촐한 행사를 치르며 쓸쓸하게 청와대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청와대 직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일꾼 대통령을 자처한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까지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직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논현동 자택으로 떠났다.
일부 수석들은 카메라를 직접 들고 직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는 이대통령의 동선을 따라가며 마지막 순간을 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