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가을바람이 불어와 지친 볼을 가볍게 스치면, 가슴 속 저 너머에 묻혀있던 아름다운 추억이 아스라이 떠오르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 고독한 나그네가 되고 싶은 이 가을!
현실의 ‘나’를 잠시 반납하고 하루의 여유를 갖고 떠나는 가을 명품 드라이브 코스를 여기 소개한다.
선비의 고장이며 자연과 문학과 풍류의 멋이 배여 있는 경남 함양군으로 초가을을 만끽하러 떠나보자.
함양군은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과 덕유산, 화림계곡, 상림공원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다.
함양상림공원은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면적은 205,842㎡, 함양읍의 서에서 동으로 흐르고 있는 위천(渭川)가를 따라서 조림한 호안림(護岸林: 제방의 보호를 위한 숲)이다.
-유래 및 전설-
함양 상림공원은 통일 신라 시대인 9세기 말엽 문장가로 유명한 최치원이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조성한 숲으로 함양시내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최치원 선생은 매년 홍수의 피해가 커지자, 백성들을 동원해 물길을 시내 외곽으로 돌리고 그 자리에 둑을 쌓고, 둑 안쪽을 따라 나무를 심고 ‘대관림’ 이라 이름 짓고 숲을 가꿨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 숲의 가운데가 훼손 되면서 마을이 형성 돼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어졌는데,현재 하림은 거의 없어지고 상림만 남아 함양군민들 마음의 안식처이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공원이 됐다.
이 곳 상림은 많은 이들의 추억과 낭만이 서려있는 장소지만, 최치원 선생의 애민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정치적 실천 무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금의 정치꾼들이 꼭 본받아야 할 덕목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또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며, 현재는 풍치림의 구실도 하고 있다.
한편 상림공원은 최치원 선생과 관련된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금호미 한 자루로 나무를 다 심었다는 것과 상림에는 뱀, 개미, 지네 등의 미물들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전에 의하면 효성이 지극했던 최치원은 어느 날 저녁 어머니로부터 상림에서 뱀을 만나 매우 놀랐다는 얘기를 듣고 상림으로 달려가 “이후 모든 미물들은 상림에 들어오지 마라!” 하고 외치니 그 후 상림에는 뱀, 개미 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다소 주술적이고 황당한 이야기지만 함양사람들은 지금도 상림에는 뱀과 개미 등이 없다고 믿고 있다.
-상림의 풍경-
함양 8경중 제 1경인 상림은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사계절을 통해 각기 다른 풍경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오색이 물드는 가을이 오면 연인들의 뜨거운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또 숲 속 오솔길은 연인들, 또는 가족들 간에 한적함과 여유로움에 취해 사랑도 나누고 가슴속 깊은 대화를 전할 수 있는 사랑의 숲이다.
현재 상림공원은 꽃무릇이 꽃망울을 활짝 터트려 천년의 숲을 붉게 물들이며 황홀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꽃무릇은 9월 초순 뿌리에서 가느다란 꽃대가 올라와 여섯 장의 빨간 꽃잎이 모여 말려 올려 진 모양새로 그 모습이 무척이나 특이하다.
불가에선 꽃무릇을 '석산(石蒜)'이라고 부르며, 뿌리에 방부 효과가 있어 탱화를 그릴 때 찧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9~10월에 붉은 꽃이 핀다. 꽃무릇의 꽃말은 `‘슬픈 추억’이며 꽃무릇은 잎이 진 후에 꽃이 피고 꽃이 져야 다시 잎이 나기 때문에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만 한다고 해 일명 상사화(相思花)'로도 불린다.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함양상림공원의 꽃무릇 장관은 10월말까지 펼쳐진다.
또 상림에는 함화루, 사운정 등 아름다운 정자와 만세기념비, 척화비, 역대군수 현감선정비석과 역사인물공원, 이은리 석불, 등 다양한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상림 숲은 120여종의 낙엽활엽수가 1.6km의 둑을 따라 조성돼 있고 큰 나무는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의 참나무 종류와 느티나무와 팽나무 등으로 조성 돼 있다.
또 다람쥐와 곤충, 수중생물 등 다양한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원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상림의 아름다움과 연의 향에 취해 잠시 내려놓았던 정신을 가다듬고 다음 여행지인 지리산 가는 길 오도재로 차를 몰아보자.
지리산 제1문이 있는 오도재는 함양읍 구룡리와 마천면 구양리를 연결하고 있는 도로다. 또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가는 가장 단거리 코스로 2004년 개통해 도로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재를 넘어 뱀같이 구불구불하게 난 길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 명불허전!(名不虛傳) 지리산 가는 길, 오도재(悟道峙)-
마천면 삼정리 영원사(靈源寺)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靑梅) 인오조사(印悟祖師)(서기1548~1623년의 西山의 弟子)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득도한 연유로 오도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오도재(773m)는 삼봉산(1,187m)과 법화산(991m)이 만나는 지리산 관문의 마지막 쉼터로 예로부터 영남학파 종조인 김종직 선생을 비롯, 정여창, 유호인 선생, 서산대사, 인오조사 등 많은 시인 묵객들이 걸음을 멈추며 지리산을 노래했고, 벽소령과 장터목을 거쳐 온 남해, 하동 등지의 해산물이 이 고개를 지나 전라북도, 경상북도, 충청도 지방으로 운송된 육상 교역로였다.
지리산 제1문은 오도재 정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예부터 이곳에는 지리산의 다른 이름인 방장 제1문이 2개 있었으나 나무로 된 문은 6.25때 불타고 없어졌으며 돌로 만든 문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2005년 초 오도재 옆 금대산에서 돌로 만든 방장 제1문의 표지석과 바위에 새겨진 방장 제1문에 관한 칠언시를 찾아냄으로써 지리산 제1문의 역사성이 증명 됐으며, 함양군에서는 2006년 11월 1일 지리산 제1문을 오도재 정상에 준공 했다.
-변강쇠와 옹녀-
오도재는 흥부전 춘향전 등 판소리 12마당의 하나인 변강쇠타령 지리적 배경이기도 하다. 전국을 떠돌던 변강쇠와 옹녀가 순후하고 살기 좋은 곳을 골라 찾게 되는데 결국 지리산 오도재로 와서 살게 됐다고 한다.
변강쇠는 옹녀가 나무를 해오라고 하자 산에서 등구, 마천 나무꾼들과 어울려 놀다가 날이 저물어지자 그냥 빈 지게로 집에 가면 마누라 바가지 등살이 있을 거라며 걱정을 하는데 변강쇠전 원문에 “사면을 둘러보니 등구 마천 가는 길에 우뚝 서 있는 장승을 발견하고 뽑아다가 불 땐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등구 마천 가는 길이 오도재 길과 일치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리산 조망공원-
오도재 정상에서 마천방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지리산조망공원이 있다. 이곳은 지리산 하봉에서 중봉, 천왕봉을 거쳐 세석평원 벽소령 반야봉까지의 지리산 주능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며 휴게소가 조성돼 있다.
조망공원을 뒤로 하고 내려가면 지리산 추성계곡 입구가 나타나고, 차를 마천면소재지 방향으로 진행하면, 뱀사골을 지나 노고단으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가을을 타는 지친 현대인들이 하루 코스로 훌쩍 떠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상림과 오도재를 소개 했지만 이 나라 방방곡곡 자유롭게 떠나서 좋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자신을 위해 하루만 시간을 내 어디든 떠나 보라 새로운 내일이 활력으로 다가 올 것이다.
상림과 오도재를 가기 위해선 대진고속도로나 88고속도로를 이용, 함양톨게이트에서 내리면 상림공원 까지 10분 안에 도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