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 들어 산업계 노사 임금 및 단체 협상이 지연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 기업들을 필두로 금호타이어, 대한항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임단협 타결에 난항을 빚고 있다.
노동계 측에서는 전례 없는 임금인상안 관철을 위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일부 사업장은 부분파업에 돌입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노동계 측 요구에 대해 사측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노동계의 요구를 100%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산업계에선 이번 임단협 지연 현상이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임단협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사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동계가 최후의 수단으로 정부·정치권을 통해 노동 현안 해결 및 각 회사별 임금 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사간 임단협이 해를 넘겼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12월19일 39차 교섭을 통해 임금 5만8000원(별도·정기호봉 승급분 포함), 성과급 300%+280만원 지급 등이 포함된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됐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성과급이 예년 수준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에 다수의 조합원들이 잠정합의안을 거부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노조는 올해들어 3번째 부분파업에 돌입하며 사측에 으름장을 놓고 있는 중이다.
현대차 노사는 일단 지속적인 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마무리한다는 원칙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지만 임단협 타결이 쉽지않은 분위기로 알려졌다.
기아차도 지난 4일 26차 임단협 재교섭을 추진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커 결렬된 상태다. 이후 노조는 다음날인 5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지난 8일부터 9일에도 4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기아차 노조는 사측이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오는 16일부터 부분파업을 재개하고 17일부터는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노조도 지난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73%의 반대로 부결됐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임단협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다 잠정합의안을 12월29일 도출했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경영성과금 및 일시금 1143만원 지급, 임금인상분(연 기준) 4만8408원 등이 담겼지만 노조 측에서는 인상액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마련한 2016·2017년 2년치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도 조합원들의 반대로 최종 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통해 ▲기본급 동결 ▲격려금 연 100%+150만원 ▲상여금 분할 등에 대해 큰 틀에 대해 합의했고 조합원 투표에 붙였지만 결국 반대 의견을 넘지 못했다.
타이어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가 노사간 갈등을 빚고 있는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채권단 주도하에 자율적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사측은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 방식의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노조에 임금삭감 및 동결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2016년 임단협이 제대로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측이 임금삭감 및 동결 요구를 해오는 것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간 임단협이 2015년10월 교섭을 개시한 이후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중이다. 사측은 2015년 임금 1.9% 인상, 2016년 임금 3.2% 인상안을 노조에 제안한 상태다. 노조 측은 2015년 임금 4% 인상, 2016년 7%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양측은 지속적인 교섭을 진행했지만 지난해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해의 경우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조위원장이 물러나고 비교적 사측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 신임 위원장을 맡아 타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들어서 노조의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라며 “임단협은 노사 양측이 양보를 하면서 이뤄져야 하는데 노사 양측이 자신들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