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 3사가 5G 망 구축 비용 분담을 위해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에 대한 ‘제로레이팅((zero rating)’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도 공감을 표시했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이동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소비자가 자사 서비스를 사용할 때 나오는 요금을 대신 납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은 이통사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망 구축 비용을 떠넘기려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제로레이팅’이 망 구축 비용 절감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통3사 CEO는 지난 5일 서울 쉐라톤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유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5G 시대에는 동영상 시청 증가로 트래픽 폭증이 예상되는데 관련 구축 비용을 콘텐츠 사업자와 나누자는 취지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단말기 제조업체와 콘텐츠 사업자는 과금을 하지 않는다”며 “과금을 통신사에서 하기 때문에 통신비를 모두 지고 가야하는게 숙명”이라고 토로했다. 황창규 KT 회장도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면 제로레이팅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경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제도 도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사전규제 보다는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면 제재하는 사후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로레이팅의 대표적인 사례가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다. SK텔레콤은 개발사 나이언틱과 제휴를 통해 지난해 3월부터 재로레이팅 서비스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간 데이터가 215테라바이트(TB) 규모로, 약 33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이통3사는 자사의 서비스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하고 있다. 사용자가 자사의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면 데이터 비용을 따로 청구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자사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제로레이팅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제로레이팅 활성화가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제로레이팅이 확산되면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다양한 사업자와 협력해 플랫폼 사업 활성화로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제로레이팅이 현명한 대안”이라며 “이용자는 데이터 요금을 아낄 수 있고, 콘텐츠 제공자는 콘텐츠를 홍보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은 이통3사의 활성화 주장이 투자 비용을 전가하려는 ‘꼼수’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 A는 “인터넷 사업자는 통신사에게는 고객이다. 5G 망 구축 비용을 고객에게 같이 내자고 하는 격”이라며 “이것은 고의적으로 선동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로레이팅은 사업자 간 계약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민간업체 사이의 거래인데 이것을 왜 장관에게 요구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그전에 자사의 서비스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해 다른 사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부터 중단해야 한다. 통신사들이 자신부터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 B도 “인터넷 사업자가 사업을 확장하면 제일 먼저 서버를 확충하게 된다. 만약에 서버 비용을 통신사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말도 안된다고 할 것”이라며 “통신사의 주장이 서버 확충 비용을 같이 내자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 C는 “망만 구축한다고 이통사들의 수익이 늘어난다고 보는 것은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이용자들은 망을 이용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려 한다”며 “보편요금제 등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반대하면서 제로레이팅을 통해 통신비를 경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