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 관계자와 북한 당국자가 지난해 12월 초 베이징(北京)에서 극비리에 협상을 벌였다고 산케이신문이 4일 복수의 일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협상에서는 대화 재개 조건 및 대화의 틀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신문은 이번 협상 이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이 협상을 주도한 것은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의 존 메릴 전 동북아 실장이며, 북한 측 참석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반관반민의 ‘1.5트랙’ 형식으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번 협의 직후인 지난해 12월 12일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의 첫 회의를 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면서, 협의 내용을 토대로 대화 재개를 위한 신호를 북한 측에 보낸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동안 북미 간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과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자주 접촉해 왔으나, 북한 측이 윤 대표와의 대화 채널이 아닌 메릴 전 실장과의 접촉을 시도했다는 견해도 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오는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틸러슨 장관의 요청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한국전쟁 당시 유엔 참전국 및 한일 양국 등을 더한 장관급 회의가 개최된다.
산케이는 이 회의를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 대북 유화파가 주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은 당초 회의 참석을 거부했지만, 미 백악관이 틸러슨 장관의 ‘무조건적인 대화’를 부정하고 대북 압력을 중시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고노 외무상도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산케이는 이 회의에서는 대북 압력파와 유화파 간의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