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8-21 16:46 (목)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상태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 전성희 기자
  • 승인 2017.12.21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SDI 보유한 주식 추가 처분해야

공정위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기존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된 것이 아닌 ‘신규 고리’가 형성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계열사 주식 추가 매각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위의 이같은 입장 변경은 박근혜(65) 전 대통령 집권 시기 이뤄진 삼성그룹 신규 순환 출자 구조에 대한 법령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처분해야할 지분을 인수할 만한 계열사가 마땅히 없다고 밝히고 있어 처분 과정에 적지 않은 애로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공정위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기존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잔존하는 순환출자 고리 일부를 해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되는 고리는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 삼성SDI로 이어진 뒤 다시 삼성물산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출범한 신(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을 소유하며 다시 삼성SDI가 신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의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 바 있다.

두 회사 합병 전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형성한 순환출자고리 6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중심으로 하는 순환출자고리 각 2개 등 모두 10개의 순환출자 구조로 형성됐다.

그런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면서 신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7개 순환출자고리 형태로 지배구조가 개편됐다.

지난 2015년 공정위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문제의 고리가 순환출자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판단,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지난해 2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30만주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00만주를 삼성생명공익재단에, 나머지 170만주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각각 처분했다.

그런데 이번에 변경 가이드라인 기준에 의하면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변화가 강화가 아닌 ‘신규 형성’ 범주에 포함되게 되면서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 등 5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재판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청탁을 통해 공정위가 삼성물산 주식 매각 규모를 9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하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기존 7개에서 4개로 줄어든다.  지난 9월30일 기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은 404만2758주로 지분 2.11%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변경 가이드라인 이행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삼성그룹 측에 유예기간을 6개월 부여키로 했다. 하지만 계열사 가운데 삼성SDI에서 추가로 처분할 삼성물산 주식을 인수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삼성그룹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현재 그룹 지배구조의 주축이 되고 있다. 따라서 다른 계열사에서 지분을 인수할 경우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되거나 다른 상호 또는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물산 주식을 삼성전기나 삼성화재가 매입하게 되면 오히려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된다. 호텔신라, 삼성증권, 삼성카드, 제일기획 등이 사들이게 되면 다른 순환출자가 형성된다.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벤처투자·삼성경제연구소·삼우종합건축사무소·서울레이크사이드·시큐아이·씨브이네트·네추럴나인·제일패션리테일·삼성웰스토리 등에서 매입하면 상호출자가 된다.

종전과 같이 공익재단을 통해 지분을 처리하는 방안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공정위에서 진행 중인 공익재단 조사의 주요 대상 가운데 하나가 삼성이 소유한 공익재단이기 때문이다. 

그간 일부 대기업 소유 공익재단은 계열사 주식을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상속·증여세는 내지 않고 의결권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경영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바 있다.

공정위는 공인재단에 대한 조사를 진행, 실제 대주주 또는 기업 총수 등이 기업집단 내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 수단으로 활용한 정황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물산 지분을 공익재단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처분하는 것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법적인 검토를 통해서 신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