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자원낭비·환경오염 이유로 화장품 과대포장 '비판'
최근 수출경쟁력 이유로 '포장 규제' 완화
정부가 환경오염 문제를 들어 화장품에 대한 '과대포장' 관행을 근절하고자 만든 규제를 뒤엎으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시장의 혼란까지 불러오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화장품류 제품에 대한 포장공간 비율을 기존 10% 및 15%에서 35%로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뿐만 아니라 2차포장에 덧붙이는 포장재 등에 대해서는 포장횟수에서 배제함으로써 포장기준에 대한 규제를 풀어줬다.
포장공간 비율이란 쉽게 말해 화장품 용기를 담은 상자에서 용기를 제외한 남는 공간이다.
화장품류의 포장공간 비율을 35%로 변경한 건 완구·인형류, 데코레이션 케이크처럼 시각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제품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규칙개정 이유에 대해 환경부는 화장품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화장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화하면서 기존의 규제가 수출에 단점으로 작용했다"며 "중국은 포장공간 비율이 50%이고 호주는 25%인 만큼 다른 나라의 실정을 고려해 기준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환경부가 불필요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화장품업계의 과대포장을 문제삼고 나선 것과 상반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환경부는 케이스 크기에 비해 내용물이 턱없이 적은 화장품에 대해 '내실'을 찾아준다는 이유로 용량에 맞는 케이스로 포장방식을 개선토록 업계에 권고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가 국산 화장품 40개와 수입 화장품 12개를 대상으로 포장현황을 조사한 결과, 내용물 대비 용기체적 평균비율이 국산 2, 수입 화장품 1.7로 국산 화장품의 용기가 더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경부는 불필요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점을 들어 일부 화장품업체와 협약까지 맺고 화장품 용기감량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포장공간에 대한 규제를 풀어 오히려 자원낭비, 환경오염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가 집계한 최근 5년간 과대포장 위반 건수는 2011년 164건, 2012년 227건, 2013년 191건, 2014년 290건, 2015년 243건으로 줄지 않고 있다.
특히 화장품업계에 대해서만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식품이나 주류, 의류 등 다른 업계로부터 차별한다는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멕시코 등 해외순방때마다 이른바 'K-뷰티' 산업을 강조하자 환경부가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해 서둘러 규제를 푼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대한화장품협회와 국내 화장품업체들로부터 기준을 개정해달라는 건의가 지속적으로 있었고, 규제가 자칫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 개정한 것"이라며 "규제 완화에 따른 문제점 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만 허용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이같은 규제 완화가 자칫 화장품업계의 과대포장 경쟁을 유발, 환경을 보호해야할 환경부가 오히려 자원낭비나 환경오염을 부채질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포장공간비율을 구체적으로 수치화해서 규제하는 나라는 많지 않지만 한편으론 이런 규제가 필요하다"며 "과대포장이 제일 심한 곳이 화장품업계인데 내용물만 갖고는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아 대부분 품질보다는 화려한 포장재로 예쁘게 꾸미는 차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화장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포장 거품'이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경쟁력이 문제가 되면 선별적으로 수출품에 대해서만 기준을 제외한다고 단서를 달면 될텐데 20여년간 이어져온 규제를 갑자기 문제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기업들의 민원이나 규제 완화 요청을 수용하면 정부의 실적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환경부가 이런 평가를 의식해 선심성으로 완화한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