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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지도부 "일단 시간 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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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지도부 "일단 시간 벌자"
  • 신다비 기자
  • 승인 2016.11.0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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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6.11.01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논란이 커지면서 새누리당에서는 친박 지도부의 사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정현 대표와 친박계 최고위원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여당 친박계가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자리보전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고, 공동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수습이 우선이라며 비박계와 전선을 형성하는 등 새로운 대립구도를 만드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4일 밤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일부 의원들도 가세한 퇴진 압력에 침묵으로 버텼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12월 2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예고했고, 강석호 최고위원도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대표와 친박계 지도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일단 시간 좀 벌자는 것이다.

그러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5일에도 "우리 지도부로는 좀 어렵지 않느냐. 당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이 대표에게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차녀의 결혼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도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이 대표에게 당신 물러나라고 이야기는 못하겠다"면서도 "(그러나) 일신의 변화를,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대표는 말이 없다. 이 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중진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눈 다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앞서 3일에도 김무성 전 대표에게 구명 요청을 했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표를 향해 "당의 큰형님으로서, 또 제 전임 당대표로서, 6선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소속 의원들에게 '당이 어렵고 힘들 때 화합, 단합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사태를 수습하고 난 뒤 얼마든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며 "대신 지금은 당이 벼랑 끝이고 절체절명의 상황이니 우리 화합하고 단합하자. 대표 중심으로 뭉치자"고 말했다. 

이같은 이 대표의 태도에 친박계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비박계의 지도부 퇴진 움직임과 관련, "이정현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것은 전쟁하자는 것이다.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해 비박계와의 극한 대립도 예고했다.

친박계의 버티기에는 지금 당권을 내려놓았다가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친박 전체가 비박계에 의해 폐족 (廢族)으로 몰릴 것이란 위기의식이 반영돼 있다. 따라서 국민여론이 가장 좋지 않은 지금 이 순간만 지나고 박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어느정도 가라앉는 국면이 온다면 그 때 새 지도부 구성 등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월에 귀국하면서 전체 정치권 판세가 대선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 지금의 친박계를 향한 비판 분위기도 상대적으로 잦아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반영된 듯 하다. 따라서 나갈 때 나가더라도 지금 그만두면 친박이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싸늘하다. 친박계의 버티기가 계속되면서 의총장은 욕설이 난무하는 이전투구 현장으로 바뀌었고 그만큼 새누리당 전체 지지율은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18%, 더불어민주당 31%, 국민의당은 13%를 기록했다. 여당 지지율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따라서 지금과 같은 친박계의 버티기는 자신들 계파의 정치생명을 잠시나마 연장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새누리당의 붕괴와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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