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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중대결심, 하야냐 탄핵 추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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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중대결심, 하야냐 탄핵 추진이냐
  • 안명옥 기자
  • 승인 2016.11.03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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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 요구와 탄핵 추진 모두 부담있지만 여론 추이 따라 선택 가능해보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 교체를 단행한 데 반발하면서 중대결심을 예고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전남 나주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하야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우리 헌정사의 큰 비극이 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국정의 혼란이나 공백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도 "정치적인 해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나 역시 비상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가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를 공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박 대통령에게 2선 퇴진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하던 문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 발표'란 승부수에 반발하며 대응수위를 한층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내 대권주자들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도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면서 문 전 대표로선 하야를 좀 더 자유롭게 거론할 수 있는 지형이 마련된 측면이 있다. 주요 국면마다 새누리당이 집중공세를 펴면 모든 공격을 한 몸으로 받아야 했던 문 전 대표로선 민주당 내 주자들이 보조를 맞출 경우 위험부담을 덜 수 있다. 

게다가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이날 박 대통령 하야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면서 문 전 대표의 운신의 폭은 한층 넓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정의당은 내년 봄에 대선을 치르자는 제안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 문 전 대표가 하야를 주장할 여건은 마련되는 모양새다. 

나아가 정치권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박 대통령 탄핵까지 감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이 역풍을 맞아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점을 감안해 그간 탄핵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왔지만 전체 야권이 탄핵정국을 주도하는 형태가 되면 문 전 대표는 막후에서 힘을 보태는 식으로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이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국회는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150명 이상의 의원이 발의해야 하고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당 소속 의원과 야당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하면 총 171명이고 여기에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의원들이 가담하면 탄핵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으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하지만 문 전 대표로선 하야 압박과 탄핵 추진 모두 고민스런 부분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는 대선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가 하야를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대권욕 때문에 박 대통령을 밀어내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지지율 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앞지른 점에 자신감을 얻어 하야 카드를 빼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일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정치적 야욕이라든지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행태를 보이는 야당의 행태는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탄핵 추진 역시 위험부담이 있어 보인다. 2004년 3월 당시 국회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2개월여 뒤 헌재는 탄핵소추안에 기각 결정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탄핵역풍이 불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등 야당을 앞세워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가 인용 결정을 내릴지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탄핵이 대선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가 탄핵 카드를 섣불리 꺼내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문 전 대표 관계자는 현 상황에 관해 "다른 정치인들도 (하야와 탄핵을) 얘기하고 있는데 문 대표는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마지막까지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면 문 대표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면 선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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