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행보를 시작한 주요 잠룡들 외에도, 여야엔 아직 대선 출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잠룡군이 남아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 중진 정우택 의원과 비박 중진 나경원 의원이 나란히 거론된다.
정 의원은 지난달 사실상 자신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나라 전략연구소'를 열고 대선 행보에 나선 상황이다. 그는 최근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등 일부 광역단체장들을 "대통령 병에 걸렸다"고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에 관해 "대통령께서 용단을 내리셔야 한다"며 경질을 촉구하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전말이 드러나자 "철저한 검찰 수사는 물론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낱낱이 밝히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사안 곳곳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 의원도 지난달 한 TV프로그램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 사실상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그간 새누리당 내부에서 여성 대권 도전자로는 나 의원이 유력한 인물로 꼽혀왔다.
그는 새누리당이 '김재수 장관 해임안' 사태로 국감을 보이콧하자 국감 중단을 요구했었고, 최근에는 내년 대선 전까지 권력구조를 분리하는 방식의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등 역시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 부각에 주력 중이다.
반면 내년 대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박원순 시장에게 패한 뒤 뚜렷한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은 최근 뉴시스와 통화에서 "정 전 대표가 정치 쪽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해외 방문이나 대학 강연 등 다른 정치인들이 즐겨 하는 일정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거대 보수당 대표를 지낸데다 한때 대통령을 꿈꾸기도 했었던 만큼, 내년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이 어떤 방식으로 변하느냐에 따라 정 전 대표가 나설 가능성도 아직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야권에선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 의원은 아직 본격적으로 대권행을 시사하지 않고 최대한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지난 8월 12박13일 간 북방외교·경제 연구차 시베리아 횡단에 나서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주도권 선점에 나선 모양새다.
그는 또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불평등 사회경제 조사연구 포럼(불사조포럼)'을 창립, 소득·자산불평등 해소와 중산층 복원 의제화에 나서는 등 경제콘텐츠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국감에선 과세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는 등 자산격차 해소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역시 자신의 싱크탱크격인 자구구국 포럼을 결성하고, 호남에서 대선 주자가 나와야 한다는 '호남대망론'을 내걸어 사실상의 대선 행보를 시작한 상황이다. 천 전 대표는 포럼을 통해 상생, 노동, 동아시아 정세, 산업구조 개편, 정치개혁 등을 차례로 다루며 대선 로드맵 구상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