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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파기-합의' 숨가빴던 추경안 마라톤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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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파기-합의' 숨가빴던 추경안 마라톤협상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5.07.2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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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도 마다하고 '끝장 담판'
▲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왼쪽 세번째)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왼쪽 두번째),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왼쪽)와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왼쪽 다섯번째),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오른쪽 끝)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 일정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진상 규명의 절차 등을 논의한 뒤 여야 합의문을 발표, 손을 맞잡고 있다.

여야는 23일 오후 5시간 가까운 협상 끝에 추가경정 예산안 합의에 도장을 찍었다. 저녁 식사까지 마다한 채 진행된 이날 협상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오후 3시30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될 때까지만 해도 이날 협상은 예상 밖으로 빨리 끝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를 모두 끝낸 채 국정원 해킹 의혹 해소와 관련한 진상규명 방식 정도에 뜻만 모으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협상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끝날 듯 말듯하면서 장시간 진행됐다. 오후 3시30분에 협상장에 들어갔던 여야 4명의 대표들은 오후 8시가 지나서야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취재기자들은 협상장 밖 복도에서 하염없이 희소식을 기다렸다. 혹시나 당직자라도 나올라치면 한 마디라도 더 듣고자 전력질주를 벌여야 했다.

협상의 끝을 두고 여야 당직자들도 엇갈린 전망을 내놓을 정도로 이날 협상은 안갯 속을 방불케 했다.

"아직 멀었어. 밥 먹고 와"라며 진통을 예고한 당직자가 있는가 하면,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다"며 낙관론을 펼치는 당직자도 있었다.

협상의 중간 결과가 테이블 밖으로 이따금씩 전해지자, 원내지도부들은 협상 도중 당직자들을 모두 밖으로 내쫓기도 했다.

중간중간 화장실을 찾았던 여야 원내지도부들은 취재기자들이 화장실 안까지 따라 들어와 분위기를 묻는 터에 진땀을 뺐다. 답을 들으려는 기자와 입을 열지 않으려는 원내수석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중간 브리핑을 해야만 했다. 매번 모르쇠로 일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박 대변인은 "원점에서 시작했다가 합의 바로 직전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민감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답할 사안은 아니다"면서 선을 긋기도 했다.

오후 8시. 협상 시작한지 4시간이 넘어갈 무렵까지 합의의 끝은 보일 것 같지 않았다. 모두가 날을 넘겨야 합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큰 기대를 접을 때였다.

그 때 협상장의 문이 열리더니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이 얼굴을 내밀었다. "모두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가 전한 한 마디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합의가 끝났음을 직감한 수십명의 기자들은 앞다투어 협상장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협상을 끝낸 여야 원내지도부의 표정은 상반됐다. 많은 것을 얻어낸 새누리당 원내수석들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반면 양보를 많이 해야했던 새정치연합 수석들은 밝지 않았다.

합의문 발표가 끝난 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추경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데 내일 처리하게 돼서 매우 다행"이라며 "내일이 우리 국회의 민생을 살리는 민생추경의 날로 기록되기를 바란다"며 웃어보였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뒷모습만을 보여주며 재빨리 협상장을 벗어났다.

이날 협상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두 원내대표의 상반된 모습을 통해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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