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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일·강필석 매우 단단한 구심력, 2인 연극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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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일·강필석 매우 단단한 구심력, 2인 연극 '레드'
  • 신솔민인턴기자
  • 승인 2011.10.19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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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레드' 프레스 리허설에서 배우 강신일과 강필석이 열연하고 있다. 연극 '레드'는 화가와 조수의 이야기이지만 더 확장시켜보면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간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6일까지 공연된다.

이재훈의 '문화, 업자와 소비자 사이'

2인극은 상당한 응집력을 필요로 한다.

여러 명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작품은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원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등장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야 하는 만큼 다루는 반경이 넓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오로지 배우 2명이 한정된 공간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2인극은 단단한 구심력이 바탕이다. 두 배우 외에 의지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서로의 에너지를 합쳐야 한다. 그 만큼 밀도감이 중요하다.

연극배우 겸 탤런트 강신일(51), 뮤지컬배우 강필석(33) 투 톱을 내세운 연극 '레드'는 구심력을 잘 살린 작품이다. 2인극의 장점을 골고루 수용했다.

우선, 두 배우가 충돌하는 에너지를 잘 흡수했다. 극은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삶을 무대 위로 옮겼다.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며 빚어지는 이야기다.

▲ 14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레드' 프레스 리허설에서 배우 강신일과 강필석이 열연하고 있다. 연극 '레드'는 화가와 조수의 이야기이지만 더 확장시켜보면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간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6일까지 공연된다.

켄은 로스코의 예술 이론과 비싸고 배타적인 포시즌 레스토랑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벽화를 그려주는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수락한 것에 대한 질문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로스코를 자극한다.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정신분석이론을 주춧돌로 삼는 로스코는 켄의 어릴 적 상처를 종종 끄집어내며 자신에게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는 켄을 억누르려 한다.

이 둘의 상충하는 에너지는 별다른 사건·사고를 만들 수 없는, 로스코의 작업실을 배경으로만 삼는 이 연극에서 긴장감을 구축한다. 그리고 '레드', 극에서 지칭하는 '열정'을 대변한다.

작품에도 등장하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1844~1900)의 '비극의 탄생'에 따르면, 자신의 친구이자 유명 추상화가인 잭슨 폴락(1912~1956)이 감정적인 데 반해 로스코는 이성과 지성으로 무장됐다. 학업을 중단했으나 예일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한 그는 음악과 철학, 역사, 종교 등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작품을 내놓았다.

극 전개의 대부분을 대사에 의존하는 이 작품에 지적인 내용들이 수두룩한 이유다. 고전 철학과 현대의 심리학을 오가며 그림을 논하고 현대의 문화를 아우른다. 이 부분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 14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레드' 프레스 리허설에서 배우 강신일과 강필석이 열연하고 있다. 연극 '레드'는 화가와 조수의 이야기이지만 더 확장시켜보면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간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6일까지 공연된다.

그러나 미국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 존 로건(50)이 쓴 촘촘한 대본이 설득력을 강화한다. 로건은 할리우드 영화 '글레디에이터'와 '에비에이터', '스위니 토드' 등을 통해 드라마를 긴밀하게 엮는데 일가견을 보여왔다.

로건의 이러한 장점은 작품이 단지 화가와 조수의 관계만을 이야기하지 않게 만든다. 아버지와 아들 또는 두 세대 간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성숙하고 쇠퇴하고 소멸되는 세대 간의 이해와 화합을 전한다. 이 과정에 노련하고 현명한 로스코의 강신일, 날쌔고 총명한 켄의 강필석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레드'는 11월6일까지 서울 장충동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제64회 토니어워즈에서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조명상, 음향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조연상 등 6개부문상을 거머쥐었다.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4만4000원. 신시컴퍼니. 02-577-1987

2인극 에너지의 열정을 축약하다 ★★★★

(※로스코는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화가로 손꼽힌다. 1903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계로 1920년대 미국으로 왔다. 뉴욕화파의 중심인물로 '지하철 판타지'와 'No.9' 등이 대표작이다. '마티스에 대한 경의'는 2005년 약 235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선명한 붉은색으로 가득 찬 '무제' 같은 작품을 그린 1970년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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