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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車 25% 관세 인하 불분명…추가 협상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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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車 25% 관세 인하 불분명…추가 협상 촉각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8.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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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자동차 관세 인하 명문화 요청에도 美 신중한 입장으로 대응
3500억弗 대미 투자, 방위비 분담 등 협상서 압박카드 활용 예상
통상전문가 “추가 고위급협상 중요…최혜국대우 등 명문화 시급”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통상협의. /뉴시스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통상협의. /뉴시스

한미 양국간 정상이 만나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미 조선업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성과를 거뒀지만 미국이 우리나라 수출 자동차에 부과한 25% 품목별 관세 인하 시기를 명문화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우리 정부는 차·부품 관세 인하 시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명문화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 관세 25%가 유지됨에 따라 대미 자동차 수출은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계기로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광물 등 5개 분야 11개 계약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 차원에서는 자동차 관세율 15% 인하와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최혜국 대우 등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협상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에 대한 명문화를 위해 10여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명문화를 늦추는 것이 우리나라와 남아있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고려할 때 미국이 방위비 분담, 한국 농산물 추가 개방 등에서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자동차 25% 관세율이 지속되는 점은 우리나라 수출에 뼈아픈 대목이다.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342억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 효자 상품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올해 들어서는 수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미국이 지난 4월 3일 수입차에 대해 25%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자 4월 28억9000만 달러(-19.6%), 5월 25억2000만 달러(-27.1%), 6월 26억9000만 달러(-16.0%), 7월 23억3000만 달러(-4.6%) 등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내 판매 가격을 동결하며 버티고 있지만 고율의 관세 부과가 지속될 경우 제품 가격 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도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자동차 관세율 인하 시점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먼저 타국의 사례를 고려할 때 9월 중순에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영국의 경우 27.5%로 부과된 자동차 품목별 관세를 15%로 낮추는데 54일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발표될 공동성명에 자동차 관세율 인하 등을 명문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 자동차 관세율 인하 시점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방위비 분담 등 남아있는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되고 우리나라가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과 운용에 대한 합의가 남아있는 만큼 미국 측에서 자동차 관세율 인하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를 고려할 때 정상회담 이후 추가적인 후속 요구를 담당하게 되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여하는 양국간 고위급 실무진 협상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진행될 고위급 실무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품목별 관세 인하 시기를 비롯해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명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론 전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낸뒤 명문화를 하는 것보다 합의가 된 사안에 대해 합의문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과 미국이 5500억 달러 투자와 관련해 합의문 작성에 들어갔는데 일본과 합의문을 작성한 이후 우리나라와도 합의문을 작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측에서 얻을 것을 다 얻고 자동차 관세율 인하를 해준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 교수는 “향후 고위급 실무회담이 중요해질 수 있는데 조선업 협력 등 방향성이 정해진 것은 합의문을 작성하면서 가는 것이 좋고 품목별 관세 인하 시점 요구도 빨리해야 한다”며 “미국 측에 최혜국 대우 명문화를 확실하게 보장 받고 문서화를 하는 것이 시급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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