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산에서 운영된 민간 집단수용시설 '덕성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와 부산시의 배상 책임이 법적으로 인정됐다.
부산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이호철)는 24일 덕성원 피해자 안종환씨 등 42명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 청구액 394억원 상당을 인용했다. 청구 금액 총 462억원 중 85%를 받아들인 셈으로, 원고가 주장한 지연손해금 일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한 손배 청구권의 소멸시효 만기 주장을 배척하며 덕성원은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하기에 장기 소멸 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들이 많이 노력해야 되고, 앞으로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남겨줘야 할 것"이라며, 원고를 향해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덕성원은 1952년 부산시 동래구 중동(현 해운대구)에 설립된 아동보호시설로,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법인 명칭을 변경한 뒤 2000년 폐원했다. 이 곳의 원생들은 운영진으로부터 강제 노역과 구타, 성폭력, 가혹 행위 등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1일 안씨가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실을 증언하며 공론화됐다.
이어 지난해 10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덕성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피해자 인정)을 결정하며 인권유린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재판부는 덕성원이 민간 설립 이후 공식적인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운영 과정에서 국가와 시의 각종 보조금을 받는 등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있다는 점을 토대로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판결에 안씨는 "덕성원 사건에 대해 경청해 주시고 좋은 선고를 이끌어주신 판사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국가와 부산시는 덕성원 피해 생존자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며 진실화해위 3기 출범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